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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스페인 세비야를 악천후에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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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9 (목)

코르도바 숙소를 나설 땐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는다.  세비야행 09:00시 버스를 타고 1시간쯤 가다 보니 비가 많이

내린다.  살짝 걱정이 된다.  가는 동안 좌우로 광활한 농지만 보인다.  평지와 나지막한 능선의 연속이다.  농지에는

올리버나무를 제외하곤 다른 수종의 나무는 볼 수가 없다.  

버스에는 승객이 10명 정도밖에 없다.  버스 중간 부분에 화장실이 있는 게 남미여행 때 탄 벤츠 버스랑 같다.

무료 와이파이도 접속되어 KBS1라디오를 들으니 온통 어지러운 국내 정치이야기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인천 전세

사기 이야기뿐이다. 

코르도바에서 세비야까지는 버스로 2시간 20분 걸렸다.  세비야 시내로 들어오니 도로변에는 빼곡히 차들이 주차되어

있고 도로 위에도 차들이 많이 다닌다.  마드리드 보다 더 복잡한 느낌이 든다.

 

구글맵으로 숙소를 찾아가는데 애를 먹었다.. 현지인 몇 사람에게 물어도 주변을 빙글빙글 돌게만 한다.  때마침 지나가는

여학생에게 물으니 본인 휴대폰으로 조회해 보더니 정확하게 가르쳐 준다.  학생이 사용한 맵은 구글맵이 아닌 것 같았다.  이번 숙소는 구글맵으로 찾기가 어려웠다.  숙소에 도착하니 연세가 드신 노부부가 반갑게 맞아 주신다.  노후에 남는 방을 공유숙박으로 하고 계셨다.  풀장까지 달린 고급 맨션이었고 욕실도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계획된 세비야 탐방을 위해 우산을 챙겨 들고 대성당으로 향한다. 숙소에서 도보로 28분 거리에 있다.  10분 정도 가다

보니 비가 내리는 게 심상찮다.  비 보다 바람이 너무 거세다.  우산이 감당이 안된다.  가로수 잔가지까지 부러져 떨어진다.  잠시 비도 피하고 점심도 할 겸 해서 눈에 띄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여행 다니면서 터득한 것은 식당입구 메뉴판에

가격이 적혀있지 않는 곳은 들어가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워낙 비바람이 거세니 방법이 없었다.  점심 한 끼에

36유로(52,000원) 들었다.

닭고기와 돼지고기 스테이크

비가 그칠 생각이 없다. 무작정 비 그치길 기다릴 수 없어 그냥 비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바람때문에 아예 우산을 접고

그냥 비를 맞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대성당에 도착해서 한 손에 우산 들고 비를 막아가며 사진 한 장 찍고 매표소로 가니 긴 대기줄은 아니어서 10여분 만에 입장할 수 있었다.  바지는 흠뻑 젖어 물이 흘러내린다.

대성당 광장
세비야 대성당

세비야는 투우와 플라멩코의 본 고장으로 스페인의 정열적인 이미지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도시라고 한다.

오페라 카르멘,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의 무대이기도 한 도시이다.  교통 신호등을 보니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

사거리 신호등에 좌회전 신호등이 없다.  빨간, 노란, 파란색으로 삼색등이다.  제 때 좌회전 안 하고 있다고 신경질적인 

경적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여행객은 스페인에서 운전하면 힘들겠다. 더구나 골목길은 일방통행이 많아서 잘못 들어가면 지옥맛을 본다.

 

세비야는 콜럼버스가 신대륙 발견을 향한 출발지였고, 식민지로부터 금은보화가 세비야를 통해 스페인으로 유입된 도시

이다.  그러다 보니 당시에는 생활수준이 매우 높았을 것 같다.  날씨가 워낙 더워 시에스타를 지키는 곳이 많다. 시에스타는 낮잠을 자는 스페인의 전통적인 습관으로 낮에 식당 문을 닫는 곳이 많다.

 

대성당 입장료 12유로를 내고 들어가 보니 웅장하다.  세비야 대성당은 원래 이슬람 모스크를 100년에 걸쳐 증축해서 지었

다고 한다.  규모면에서는 바티칸의 산 피에트로 성당, 런던의 세인트 폴 성당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성당이다.  많은 성화, 성물, 예수상, 예배당 등이 있고 무리요, 고야의 그림도 볼 수 있다. 

매표소에 있는 동상의 여전사는 누굴까?

비 피하기에 급급하다 보니 안내판을 보지 못했다. 매표소 입구에 있는 여전사가 누굴까? 

성당으로 들어가면 처음 보이는 '우울한 성녀'의 그림이다.

Saint Mary Magdalene as Melancholy

천장이 워낙 높아 사진으로 보여주는 게 한계가 있다.  높은 곳까지 그림이나 조각상 등이 있어 고개 쳐들고 보며 걷는다. 

성당 내에는 예배당이 여러 개 있었다. 주예배당은 창살로 보호되어 있어 분위기상 사진을 찍지 않았다.

콜럼버스의 묘가 성당 내 있다.   최초 시신은 도미니카 산토도밍고에 매장되었다가 쿠바의 아바나로 이장된 후, 다시 1898

년  미국으로 양도되었다가 최종적으로  세비야 성당에 안치되었다고 한다.  무슨 시신이 거래하는 물건도 아닐 텐데 이곳

저곳으로 떠돌아다녔을까.   콜럼버스는 죽어서도 한 곳에 머물기 힘든 운명을 타고났나 보다.

그는 "죽어서도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다"라고 유언을 남겼다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유언과 달리 스페인으로 그는 다시

돌아왔다.  관을 운반하는 네 사람은 당시 스페인을 구성한 레온, 카스티야, 나바라, 아라곤 왕국의 국왕들이다. 콜럼버스를 적극 후원두 사람인 레온과 카스티야 국왕은 앞에서 당당한 표정인 반면, 뒤에 있는 두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조각가의 재치가 돋보인다.  이래서 예술이 칼보다 무섭다는 거다.  일본이 평화의 소녀상을 온갖 방법으로 막는 이유이다.

예배당 한 곳에 고야의 그림이 있다.   세비야 성당을 위해 그렸다는 후스타와 루피아 성녀이다.  그림 밑 부분에 깨진 조각상이 있고 사자가 발을 핥고 있다.  그림 속 이야기는 로마시절, 비너스 여신을 모시는 축제행사에서 자매에게 기부금을

요청하자 이를 거절하고 비너스상을 깨버렸다고 한다.  이에 로마총독은 두 자매를 감옥에 가두고 개종을 요구하였으나

이를 거부하다 후스타는 감옥에서 죽고 루피아는 원형경기장의 사자 먹이로 던져졌다.  그러나 사자가 얌전히 루피아의

발을 핥고만 있자, 화가 난 총독은 루피아를 참수했다는 것이다.

고야의 그림

세비야 성당에서 남아 있는 모스크의 흔적으로는 오렌지 나무가 있는 오렌지 정원과 히랄다 탑이다. 비바람 속에서 힘들게

탑까지 올라가기 싫어 오렌지 정원 쪽만 보고 성당을 나왔다.

오렌지 정원

거친 비바람만 없어도 4개의 성당 출입문 등을 찬찬히 둘러보고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성당 앞 가게에서 일회용 비닐 우의를 사려니 5유로(7,500원)나 달라고 한다.  그냥 웃으면서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천 원이다.

 

성당 근처에 있다는 자선병원을 찾아간다. 이곳을 가는 이유는 우리가 아는 희대의 바람둥이를 생각해 보면, 카사노바와

돈 후안이라는 인물이 있다.  카사노바는 만나는 여성을 진정성 있게 사랑하며 즐거움을 함께 누리고자 했다면, '돈 후안'은 여성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우롱한 뒤에는 모두 버렸다는 것이다.

 

자선병원은 희대의 바람둥이 돈 후안(돈 조반니)의 실제 인물인 '돈 미구엘 마냐라'가 지은 병원이다.  세비야의 귀족이었던

그는 젊은 시절 방탕한 생활을 하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에 대한 고통

으로 수도원에 머물다가 말년에 전 재산을 기부해 병원과 성당을 함께 지었다고 한다.  성당 입구 비문에는 이곳에 세상에서 가장 못난 사람의 유해가 누워있다라고 적혀있다고 한다. 

오페라 돈 조반니에서는 귀족 부인부터 하녀까지 신분의 귀천 없이 2천 명이 넘는 여인과 염문을 뿌리며 몹쓸 짓만 하다가 결국 지옥에 떨어지는 것으로 끝난다.   자선병원은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입장료가 8유로이다.

자선병원
돈 미구엘 마냐라 흉상

빗방울이 약해진다.  거리마다 강풍에 떨어진 나뭇잎과 잔가지들이 뒹굴고 있다.  세비야를 거쳐 흐르는 과달키비르 강변

으로 향한다.  강변에는 황금의 탑이라고 이름 붙여진 탑이 하나 있다.  특별해 보이지 않으나 탑으로 들어가려면 입장료

3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탑의 용도는 반대편에도 탑이 있어 두 탑을 쇠사슬로 연결해서 강 상류로 침입하려는 적을 막기

위한 용도였다고 한다.  지금은 반대편 탑인 은탑은 없어지고 황금의 탑만 남아있다.  캐리비안 해적선 같은 범선도 보인다.

황금의 탑

강변길은 깨끗하고 주변 풍경이 좋아 날씨만 좋다면 쉬어가기 좋은 수변공원이다.   강변 따라 왕립 투우장과 이사벨 2세 다리도 있다.  왕립 마에스트란사 투우장 입구에는 투우사 동상과 기마상이 있다.   스페인 투우도 지속적인 동물학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투우사 동상
이사벨 2세 다리

강변에 설치된 열변을 토하는 듯한 동상의 표정이 생동감이 있다.  동상 밑에는 대장간 모루 위에 열쇠가 얹혀있다.

더 이상 비 맞고 다녔다간 감기 들 것 같다.   숙소로 되돌아가는 도중에 있는 메트로폴 파라솔이다.

독일출신 쥬겐 마이아 작품으로 세비야 대성당의 기둥과 인근의 무화과나무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사진을 많이 올리고 싶지만 인터넷상 문제인지 더 이상 올릴 수가 없다. 

내일은 날씨가 도와줘야 될 텐데.. 밖에는 거센 비가 내렸다 멈추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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