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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포르투갈 포르토에 황당하게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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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4 (화)

아침 일찍 짐을 챙겨 포르토로 떠날 준비를 한다.  일기예보를 보니 며칠 동안 포르토는 비가 온다고 한다.

숙소에서 도보로 20분 내 갈 수 있는 entre campos 역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걷는다.

역사 내 아무리 봐도 기차운행 정보 전광판이 보이지 않는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보니 한쪽 구석에 조그만 전광판이

보인다.  전광판에는 20분간의 기차운행정보만 나온다.  뭐 이런데가 다 있는지....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다.

시간이 남아 역사 내 있는 대형 마트에서 빵과 음료수를 사서 가방에 챙겨 넣는다. 

내가 타야 할 기차 정보가 전광판에 안 뜨니 매표소 창구로 가서 확인해 본다.  1번 플랫폼에서 타면 된다고 한다.

조용한 벤치에서 쉬고 있으니 어디서 비둘기가 날아온다. 심심하던 차에 가방에서 건빵을 한 움큼 꺼내 잘게 부셔 던져주니 한 마리씩  계속 더 모여든다.   출발시간 30분 전에 다시 전광판으로 가보니 아직 내가 타야 할 열차정보가 뜨지 않고 있다.

한 아가씨가 열심히 전광판을 쳐다보고 있길래 말을 걸어보니, 나와 같은 포르토행 열차를 탄다며 함께 가자고 한다.

기차는 예정시간 보다 11분이나 늦게 왔다.  장내 안내방송도 포르투갈어로만 하고 전광판에 정보도 뜨지 않으니 나 같은

초행자를 답답하게 만드는 entre campos역이었다.  아가씨말로는 어떤 때는 1시간도 늦는다고 한다.  기차에 올라 내 좌석까지 확인해 준다.  출입구 첫 번째 1인석이다.  이제 종점인 포르토까지 편히 가면 되겠다 싶어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KBS 라디오를 듣는다.  

내 좌석은 1인용 좌석이다.

느긋하게 라디오를 듣다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든다. 기차표 날자를 확인해 보니, 아뿔싸 내일 기차표이다.

뭐에 홀린 기분이다.  오늘까지는 리스본에서 마지막 코스를 돌아봐야 하는데, 내가 왜 포르토 가는 기차에 타고 있을까??? 우째 이런 황당한 일이 또 생겼나 싶다.   entre campos역에는 별도의 개찰구가 없다.  기차안에서 차표검사원이 다니면서 확인한다.  개찰구만 있었어도 착오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기차는 가고있고 이제 어쩔 수 없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그냥 멍하니 있으니 승무원이 표 검사를 하러 온다. 

내일 차를 잘못 탔다고 사정해도 안된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산 가격 보다 두 배 비싼 차표를 또 끊어야 했다.

 

차창밖으로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속은 말이 아니지만 급히 숙소를 예약한다.  오늘 하룻밤 비만 피해서 호스텔에서

자고 내일부터는 예약해 둔 호텔로 가면 된다고 위안을 한다.  포르토역에 도착해서 매표소 창구를 찾아간다.

내일 차표를 취소하고  환급을 요구하니 Omio에서 판 것이기 때문에 자기들은 환급해 줄 수 없다고 한다.

결국 기차요금 및 포르토 하루 숙박비를 날려 버렸다.  돈도 아깝지만 리스본을 다 돌아보지 못한 것이 더욱 아쉽다.

올봄 해외여행까지는 그러지 않았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두 번이나 큰 실수를 한다. 지갑 소매치기 당하고 어이없이 날자를

착각해서 오늘 또 실수하고...  이제 정말 혼자서 하는 해외여행은 그만두어야할 것 같다.. 뭔가에 홀린 것 같은 상태이다.

역사 밖으로 나오니 장대같은 비가 내린다.  메트로를 타고 비를 피해 가며 숙소에 도착하니 그제서야 빗줄기가 많이 가늘어진다.  체크인을 하니 4인실 방을 오늘은 나 혼자 있으면 된다고 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  잊어버리고 여행이나 즐기자는 마음으로 곧바로 밖으로 나간다.  포르토라는 도시는 하루를 더 있어도

될만한 도시라고 생각하면서 최면을 건다.

 

포르토는 포르투갈의 제2의 도시이다.   고대 로마인은 이곳을 '포르투스 칼레'라고 불렀고 이것이 지금의  포르투갈

국명이 되었다고 한다.  11세기에 프랑스로부터 포도씨를 들여와 세계적인 와인산지가 되었고, 이곳에서 생산된 포트와인

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역사지구에는 유럽에서도 보기 드문 독특한 건축물이 즐비하니 볼거리도

많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도 포르토에서 2년을 머물면서 '해리포트'를 집필했다고 한다.  이러한 도시이니  리스본

하루와 바꿔도 괜찮지 않을까?

 

숙소 근처 클레리구스 성당부터 돌아본다.  1750년 완공된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로 높이 75.6미터의 탑이 있어 포르토의 랜드마크로써 쉽게 눈에 띈다.  오늘은 탑에 걸어서 올라갈 자신이 없다.  전망이야 좋겠지만..

인근 작은 공원에 몸통이 거대한 플러타너스 나무가 보인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몇 백 년은 되지 않았을까?

공원 근처에 특이하게 생긴 성당이 있다. 연리목처럼 17세기 바로크 양식의 수녀회 성당과 18세기 로코코 양식의

카르무 수도사 건물이 한 몸통처럼 붙어 있다.  건물 벽면은 아줄레주 타일로 아름답게 마감했다.

광장 분수를 중심으로 카르무 수도사 건물, 유니버시아드 포르토 건물, 렐루서점이 있고 클레리구스 성당 탑도 보인다.

해리포터에 영감을 주었다는 렐루 서점의 유선형 계단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입장권도 8유로이며 사진촬영도 금지라고 하니 들어갈 이유가 없다. 아름다운 서점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본 엘 아떼네오 서점으로 족하다.

유니버시아드 포르토 건물
렐루서점 내부 사진 퍼옴

늦은 점심도 할 겸 해서 볼량시장으로 가다 보니 도중에 시청광장을 지나게 된다.  갑자기 비가 또 쏟아진다. 

시청광장

볼량시장은 200년 역사를 지닌 재래시장이지만, 지금은 깨끗한 현대식 시장이다.   현지인이 장 보러 오는 것보다 관광객이 주고객이다.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포르투갈도 해산물 가격은 국내 대비 월등히 비쌌다.

시장을 한 바퀴 돌면서 주먹밥, 야채 고로케, 샌드위치를 사 먹고 젊임 올리버를 사서 시장을 나왔다.

구시가지는 도보로 다니면 된다.  아줄레주 타일로 건물 외벽을 장식한 성당이 보인다.  구글맵을 보니 산투 일드폰수

성당이다. 18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지었고 두 개의 종탑을 가지고 있다.  정면에는 라틴어로 하나(UNUS), 하나님(DEUS),

셋(TRINUS), 자선(CARITAS), 믿음(FIDES), 희망(SPES)이라는 글자의 타일이 있다.

숙소 인근에 있는 상벤투역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아름다운 기차역이다.  규모는 작으나  중앙 홀의 아줄레주

벽화를 보러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아라비아어에서 유래된 아줄레주는 '작고 아름다운 돌'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구시가지를 잠시 돌아보니 개성이 있고 걸어서 다닐만 하다.  아줄레주 타일로 마감한 건물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내일은 도루강변을 따라 걸어봐야 겠다. 강변 풍경이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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