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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나 홀로 튀르키예 여행 (콘야, Ko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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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9.29 (목) 여행 13일째

어제 괴레메 정류장에서 콘야행 오전 8시 15분 버스표를 예매할 때

"8시까지 정류소에 나와있고, 버스가 15분 내지 30분 늦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면 된다"라고 직원이 알려준다. 덕분에 숙소에서 주는 아침도 먹지 못하고

나왔는데 정확히 8시 15분에 버스가 도착한다. 튀르키예 장거리 노선버스는

여러 군데 들러서 오는데 정확하게 시간을 맞춘 것이다. 

 

콘야까지는 3시간이 걸린다. 당초 계획에는 콘야는 방문할 계획이 없었다.

괴레메에서 안탈리아로 바로 갈려고 했는데 버스로 8시간 이상 걸린다.

여행한 지 이때쯤이면 몸이 피곤할 것 같아 3시간 정도씩만 이동하려고

콘야와 이스파르타를 추가로 넣은 것이다.

 

괴레메에서 같이 투어 한 젊은 이들은 모두 안탈리아로 바로 갔다.

3년 전 남미 여행 때만 해도 하루에 13시간 이상 차를 타고 간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자신도 없고 급하게 서둘러야 할 이유는 더욱 없으니

2개 도시를 거쳐가면서 체력관리를 하기로 한다. 그래야 무사히 40일을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콘야에 대한 개인적 생각은 관광객이 찾을 만한 도시가 아니므로 굳이

갈 필요가 없다. 구시가 중심지인 알라딘 언덕을 중심으로 조그만 박물관

몇 개가 볼거리의 전부인 것 같다. 인터넷 검색해 봐도 신통찮다.

 

콘야까지 오는 도중에도 감기로 인해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왔는데

버스터미널에 내리니 강렬한 햇빛이 눈을 못 뜨게 만들고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감각마저 없다. 일단 검문대를 통과해서 터미널 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정신을 가다듬고 구글맵을 작동시켜 숙소까지 가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택해 버스정류장을 찾아 나선다. 구글맵이 알려주는 정류장을 찾아 10여분

헤매며 걷다 포기하고 식당에 들어가 점심부터 먹기로 하였다.

여기서는 구글맵이 영 엉망이다. 계속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작동한다.

 

10대 소년이 주문을 받는데 아무리 봐도 중학생 정도로 밖에 안 보인다.

구글맵이 알려 준 버스정류장 가는 방향을 묻자, 돌무쉬를 타는 게 낫다고

한다. 젠장 이방인에게는 돌무쉬 타는 게 더 어렵다.

각자의 번역기를 돌려가며 10여분 이야기하고 있으니 주인아주머니가

자꾸 부르며 성화를 내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야기 도중 호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채깍채깍 걸리며

불을 붙인다. 눈치를 보니 담배 한 개비 달라는 신호 같다.

담배 천국 튀르키예도 미성년자에게는 담배를 안 파는 모양이다.

안 되겠다 싶어 "잘 알았으니 고맙다"라고 말하고 혼자 판단해 보기로 한다.

메뉴판을 보고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자, 소년이 추천해 준 음식이다.

다른 메뉴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내용은 좋았다. 70 터키 리라( 5,500원)

계란후라이와 벌꿀 소스가 맘에 들었다.

구글맵을 포기하고 근처 트램역을 찾아보니 버스 터미널 옆에 있다.

터미널 1번 플랫폼으로 가서 TRAMVAY로 가는 갤러리 형태의 길을

따라가면 트램을 탈 수 있고, 그곳에서 교통카드도 살 수 있다.

1번 승강장으로 가면 옆에 트램역으로 가는 길이 있다.

트램역으로 가서 숙소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되는 역을 차례로 구글맵에

입력해서 거리를 확인해 보니 종점인 알라딘 역에서 걸으면 14분이면

된다. 아직까지는 구글맵보다는 인간의 이성적 판단이 나은 모양이다.

OTOGAR 가 버스터미널이다.

알라딘(ALAADDIN)까지 1회권을 달라고 하니 4.5리라(350원)를 달라고 한다. 

카드값 3리라, 1회 승차료 1.5리라(110원)라는 영수증까지 준다.

다른 도시보다 콘야의 대중교통비는 엄청 저렴했다. 이스탄불 등은 6배~

10배 비싸다.

엄청 저렴한 콘야 교통카드

숙소에 도착하니 대대적인 물청소를 한다고 난리이다. 방을 배정받고 가보니

아직 누군가가 사용 중이고 엉망진창이다. 프런트에 전화를 하니 내려오라고

한다. 땀은 나는데 갑자기 짜증이 난다. 새로 다른 방 키를 받고 올라가보니

다행히 깨끗하게 되어 있다. Wifi 접속상태는 완전 엉망이다.

안 되겠다 싶어 구시가 중심지인 알라딘으로 나갔다. 환전소를 찾으니 잘 보이지

않는다. 몇 군데 은행에 들어가 봤으나 외화 환전업무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거리를 헤매고 물어물어 환전소를 찾았더니, 괴레메 보다 조금 나은 1유로에

18.03 터키 리라로 환전해 준다. 오늘 아침에 본 괴레메 환전소 환율은 하룻밤사이

더 나빠져 있었다. (1유로에 17.5에서 17.0 터키 리라로 변경 게시되어 있었다.)

 

Konya는 튀르키예 내륙 중부 아나톨리아 지방 고도 1,027m에 위치한 도시이다.

이슬람 신비주의 종파인 메블라나 종파의 발생지이며 종교색이 강하고 보수적인

분위기의 도시라고 한다. 대신 튀르키예 도시 중 물가가 가장 저렴하다고 하지만

교통비와 무료 화장실을 이용해 본 것 외에는 하룻밤 묵는 처지에 제대로 체감을

해보지도 못했다.

화장실 무료

알라딘 공원에 올라가 보니 특별한 게 없다. 나지막한 동산 정상에는 볼품없는

장미만 많이 심어져 있었다. 잔디밭 나무 그늘 아래서 옹기종기 쉬고 있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일 뿐이다.

알라딘 공원
알라딘 공원
알라딘 공원 앞

공원 안에 미나레가 하나밖에 안 보이는 아주 작은 알라딘 사원이 있다.

길 건너편에 있는  카라타이 타일박물관은 입장료 20리라(150원)에 걸맞은

규모가 작은 박물관이었다.

13세기 셀주크 튀르크의 '젤라레딘 카라타이'가 설립한 신학교였으나, 현재는

타일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셀주크 튀르크 시대부터 오스만 시대까지의

아름다운 타일과 도자기 등이 전시되어 있으나 수량은 얼마 안 된다.

특이한 형태의 가마 모습

숙소로 오는 길에 무화과 1Kg을 30리라(2,300원)에 사니 18개나 준다. 

내일 이스파르타행 버스표 조회를 해보니 아침 시간대는 거의 매진이다.

어쩔 수 없이 내일도 숙소에서 주는 조식을 먹지 못하게 생겼다.

몇 좌석밖에 남아 있지 않은 표를 사려면 일찍 터미널로 가는 수밖에 없다.

Obilet에 접속해서 인터넷 예약하려고 해도  터키 전화번호도 없고,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로는 결재가 안된다.

Wifi 접속 상태가 너무 불량해서 노트북을 접어 가방에 넣어 버리고

잠시 눈을 붙였다 일어나니 저녁 8시가 되었다. 배는 고프지 않았으나 

숙소 밖으로 나가보니 식당도 안 보이고 빵가게 및 마트는 벌써 문을 닫았다.

겨우 찾은 슈퍼마켓에서 몇 가지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으나 입맛도 없다. 

아이란과 캔커피만 마시고 속된 말로 뻗어 버렸다.

(콘야에 대한 글은 다음날 이스파르타에 와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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