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이야기

나 홀로 튀르키예 여행 (카파도키아 1)

728x90

2022. 9.26 (토) 여행 10일째

어제저녁은 식당 창문에 붙여 놓은 사진상 꼬치구이가 맛있게 보였다.

현지인만 북적거리는 식당이었는데 외국인인 내가 들어가자 주문받는

할아버지가 꽤나 요란하게 말을 많이 한다.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겠는데...

식당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나를 쳐다본다. '규네이 꼬래(남한)'라고 하니

엄지 척을 한다.

10분 정도 있으니 음식이 나왔다. 먹어보니 염통 맛이다. 소 염통인지

양 염통인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구운 굵은 고추를 덥석 씹어 먹었다. 

와우~ 이건 청양고추 맛 이상이다.얼굴이 화끈거리고 목구멍까지 따갑다.

지켜보던 할아버지가 크게 웃는다. 아이란을 달라고 해서 몇 모금 마시니

조금 안정이 된다. 덩달아 식당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같이 웃는다.

완전 동물원 원숭이가 된 꼴이 되어 버렸다.

청량고추 맛인 고추

내일 아침, 앙카라 시외버스 터미널로 갈 때 버스를 타지 않고 메트로(지하철)를

이용해서 가보기로 하고 앙카라 매트로 맵을 다운로드 하여 보았다.

붉은색 메트로 라인의 울루스 역에서 타고 키즐라이 역에서 녹색 라인으로

갈아타면 될 것 같았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면서 구글맵 안내로 울루스역에서 키즐라이역까지는

잘 갔는데, 녹색라인 환승하는 곳을 찾지 못해 몇 사람에게 물었으나 신통찮다.

결국 역무원에게 물어서 환승하는 곳까지 갈 수 있었다. 구글맵에서는 Emek역에서

내려 850m 걸어가야 된다고 알려준다.

구글맵이 알려 준 방법

이상한 생각이 든다. 앙카라에 도착해서 교통카드를 산 곳이 버스터미널과 연결된

메트로 역이었는데... 혹시나 싶어 옆 자리에 앉은 승객에게 물어보니 Emek 다음 역인

ASTI에서 내리면 된다고 알려준다.

구글맵이 많은 도움을 주고 실제로도 구글맵 도움 없이는 혼자 찾아다니기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나, 이렇게 종종 이용자를 고생시키는 짓을 한다.

앙카라 버스터미널은 ASTI 메트로 역과 연결되어 편하게 갈 수 있음에도 구글은

모른다. 

 

8시 출발 괴레메행 표를 247 터키 리라에 구매하니, 6번 승차장에서 타면 된다고

하며 티켓상의 6번 승차장 번호까지 마킹하며 재확인시켜준다.

아침 식사할 곳을 찾으니 마침 6번 승차장 옆에 카페가 있다.

피자, 샌드위치, 햄버거 사진이 붙어 있어 햄버거를 시키니 안된다고 샌드위치를

먹으라고 한다. 감기약도 먹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정말 억지로 먹었다. 두 번 다시 튀르키예에서는 샌드위치를 먹지 않을 것 같다.

7시 40분이 되니 각 도시로 8시 출발하는 버스들이 승차장으로 들어온다.

6번 승차장에 세우는 버스로 가서 물어보니 괴레메를 가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같다.

최근 누구랑 싸웠는지 얼굴에 상처가 몇 군데 있는 앳된 어린 조수가 능청맞게 웃으며

말하자 뒤에 있던 손님이 웃는다.  ?????  뭐지 이 상황은...

 

8시 출발, 6번 승차장이 분명히 맞는데... 아마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기다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여유 있게 벤치에 앉아 눈치만 보고 있다. 8시가 거의 다 되었는데 아무도

이 버스에는 타지 않는다. 주변 버스는 모두 분주히 짐을 싣고 있고 행선지 표지판도

내가 가려는 곳이 아니다. 다행히 버스기사 한분이 내게 와서 어디 가냐고 묻는다.

괴레메간다고 하니 8번 승강장 버스를 타라며 나를 그곳으로 안내한다.

지금까지 모두 친절한 튀르키예인만 만났는데, 이 어린 뺀질이 조수 놈은 '괴레메'라는

말을 분명 알아 들었을 텐데.... 나를 가지고 논 기분이 들면서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가운데 버스 뺀질이 같은 조수때문에 버스 놓칠 뻔했다.

차에 오르자 감기약 탓인지 조금 몽롱해지기 시작한다.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니 금세 잠이 들었다. 눈을 다시 떠보니 출발한 지 한 시간이 조금 넘었다.

주변은 온통 나무도 없는 나지막한 사막의 구릉지대와 같은 아나톨리아 고원 풍경이다.

간혹 수확을 하지 않고 내 버려둔 것처럼 보이는 참외밭(?)들이 보인다. 대부분 밭들은

수확을 마치고 땅을 갈아엎어 놓은 상태였다.

괴레메 들어오기 전에 JANDARMA (터키어로 헌병)라고 쓰여 있는 조끼를 입은

남녀 헌병 2명이 차에 올라 승객 전원의 신분증 검사를 꼼꼼히 한다.

현지인의 신분증은 우리나라 주민등록증과 거의 흡사하게 생겼다.

앙카라에서 괴레메까지 3시간 걸린다는 버스가 4시간 만에 괴레메에 도착했다.

괴레메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기암괴석들이 즐비해 있는 외계 도시 같다.

어쩌면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 있는 자그만 마을도 연상되어진다.

괴레메 정류장 뒷편 모습

숙소로 가기 위해 구글맵에 숙소 이름을 치니 13Km 떨어진 곳으로 나온다.

분명히 괴레메에 있는 숙소를 예약한 것 같은데.. 괴레메 오기 직전 마을인

네브셰히르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낭패를 만났다. 

'에라이...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네브셰히르 가는 돌무쉬 탈 곳을 알아보려고

때마침 근처에 쉬고 있는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내 숙소 이름을 알려달란다.

숙소에 전화를 하고 내 이름을 확인한 후, 나를 데리고 숙소까지 데려다준다.

내가 내린 정류장에서 불과 100m도 안 되는 곳에 숙소가 있었다.

친절한 현지인의 도움이 없었다면 큰 낭패를 볼뻔했다.

 

숙소에 짐을 맡기고 근처 식당을 찾았다. 다행히 고생 안 하고 숙소에 도착

했으니 비싼 점심을 먹기로 하고 소고기 항아리 케밥을 시켰다.

비주얼은 좋아 보였으나 맛은 닭고기보다 못한 것 같다.

팁 포함해서 150 터키 리라(12,000원) 주었다.

음식 시키면 항상 밑반찬 격인 토마토, 오이, 양파가 나온다. 

대신 물은 사서 마셔야 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하루 못 마셔도 2리터 이상의

물을 마셨는데, 튀르키예 와서는 하루 1리터도 채 못 마신 것 같다.

왜냐면 돌아다니면서 화장실 다니기 귀찮고, 특히 버스 타고 이동할 때는 

더욱 그러했다. 오늘 이곳으로 오는 도중  한 정류소로 버스가 들어갔지만

곧 출발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조금 지켜봐도 곧 출발할 것 같지 않아

화장실 갔더니 조수가 나를 찾으러 왔다. 이러니 장시간 차 탈 때는 가능한

물을 마시지 않는다.

 

튀르키예에서는 지하철, 고속버스 등 어디에서도 영어 안내를 하지 않는다.

휴게실에 도착해도 우리나라처럼 친절하게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이곳 00 휴게소에서 10분간 정차하겠습니다"라는 안내 멘트도 없다.

그냥 눈치껏 해야 하니 불편하다. 안내 표지판도 마찬가지이다.

내일, 모래 이틀간은 한국에서 예약한 여행사를 통해 투어를 하면 된다.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레드문' 여행사로 투어 일정을 다시 안내해 달라고

카톡으로 연락하자 친절한 안내 답변이 왔다.

그린투어, 레드투어 및 로즈벨리투어를 90유로에 편하게 하면 된다.

도로 옆 숙소
렌트용 낡은 오픈 카 및 삼륜 오토바이

저녁이 되자 주변이 온통 조명으로 빛나기 시작하며 낮에 투어하고 

돌아온 단체 관광객들이 식당으로 몰려들면서  붐비기 시작한다.

혼자 여행 다니면 저녁 식사 때가 조금 재미가 없다. 늦은 점심을 한지라 

인디언 음식점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아메리카노 커피를 한잔 사들고

숙소로 돌아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저녁때가 되자 서서히 붐비기 시작한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