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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나 홀로 튀르키예 여행 (사프란볼루 풍경에 흠뻑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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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9.23 (금)

새벽 산책 글도 마무리했으니 이제 사프란볼루 구경을 위해 나간다.

숙소 뒤편 모스크 주위에는 노점상이 형성되어 있고 모스크에 기도하러 오는

사람들도 속속히 모여들고 있다.

camii 는 모스크를 말한다.

사프란볼루를 돌아보려면 돌로 포장된 골목길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

옛 로마시절의 도로 건설 방식이 그대로 계승되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온통 돌로 포장되어 있다. 따라서 숙소 위치를 잘못 잡으면 이런 길 때문에

케리어 바퀴가 고장 나든지 사람이 고생하든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또한 마을 형성이 계곡을 두고 좌우 언덕으로 전개되므로 평상시 다리 알통을

키우지 않았다면 힘들 수도 있다.

골목길은 전부 돌로 포장되어 있다.

샤프란볼루

보라색의 사프란 꽃과 그윽한 향이 넘쳐 나올 것 같은 낭만적인 도시 이름이다..

지금은 마을을 가득 채운 사프란 꽃을 볼 수 없음이 아쉽다.

오랜 세월 동안 사프란을 재배하였고  아나톨리아 지방의 전통 가옥들이 잘 보전

되고 있어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튀르키예  문화관광청 자료를 조회해보니  2022년 현재 19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으로 등재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15곳이 등재되어 있다.

  

평온하고 조용한 마을이지만 사람을 끄는 힘이 있다. 그리고 여기서는 서둘 이유도

서둘러야 할 필요도 없다. 온전히 마음마저 비우고 발길 가는 대로 다니면 된다.

아시아 최초로  2007년 슬로우 시티로 지정받은 청산도가 그러하듯이..

슬로우 시티는 원래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치타슬로(Cittaslow) 운동으로 느리게

살자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전통 보존, 지역민 중심, 생태주의 등 여유와 느림의

미학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도시를 뜻한다.

시계탑 가는 길

옛 도시이다 보니 골목길이 복잡해서 구글맵을 따라 시계탑을 찾아간다.

잘 안내하다가 100여 미터를 앞두고 헤매기 시작한다. 구글맵의 한계이다. 

언덕 정상에는 역사박물관과 함께 시계탑들이 전시되어 있다.

역사박물관 앞에서 신혼부부가 사진을 찍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이다.

곁에 가서 축하해 주며 사진 한 장 찍었다. 격식 없이 노타이 차림의 신랑 복장이

자연스럽고 좋아 보인다.

City History Museum

 역사박물관 옆으로 미나르 형태의 시계탑들이 전시되어 있다. 시계탑 옆쪽으로

예전에 감옥이었던 곳을 개조한 식당이 있었으나 폐점한 상태이다. 위쪽으로 더

올라가려니 무장 경비원이 들어갈 수  없다고 제지를 한다. 정문에 쓰져 있는

JANDARMA를 찾아보니 헌병대이다.

시계탑
시계탑

다시 길을 따라 내려와서 흐드를륵 언덕으로 향한다. 눈앞에 펼쳐진 마을 풍경은 

휴대폰으로 마구 찍어도 전부 작품이 된다.

시계탑에서 흐드를륵 언덕 가는 길

목적지 근처 골목은 상점들로 형성되어 있다. 평일이라 관광객이 없어 그런지

한산하다.

입장료 5리라를 주고 흐드를륵 언덕에 오르니 늙은 개 6마리가 오수를

즐기고 있다. 마을 전체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장소이다.

마을 전체가 잘 보전되고 있고 동화마을 같이 아름다워 눈이 호강한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숙소 근처 식당에서 양고기 덮밥을 시켜 늦은 점심을 하였다. 어제 갔던 식당보다 
2배가량 비싸게 받는다. 양고기가 소고기보다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왠지 바가지 쓴 기분이다. 대신 맛은 좋았다. 하긴 내가 못 먹는 음식이 있었나 싶다.

식당 주변은 온통 노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양고기 덮밥과 아이란

숙소로 들어서자 주인 친구가 차 한잔 마시라고 한다. 차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족관계는 필수로 묻는다.

가족 설명을 해주니 놀란다. 손자가 3명이나 된다니 나이까지 확인한다. 

아무리 봐도 아니라고 한다. 그냥 고맙다고 할 수밖에...

자신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하기에 "왜 결혼을 하지 않냐?"라고 

되묻자 얼굴이 빨개지면서 아기들이 귀찮다고 말한다. 

내 눈에는 거의 50세는 되어 보이는 남자 답변치곤 순진하다.

 

간단히 씻고 맥주 사러 홀로 내려가니 또 말을 건다. 어디 가냐고..

"맥주 같이 할까?"물으니 좋단다.. 맥주 4캔을 사서 한국서 가져온

안주와 함께 마시다 보니 자꾸 이야기가 길어진다. 게다가 웬 담배를

계속 권하는지...완전 골초이다.

조금 있으니 호텔 주인까지 맥주와 안주를 또 사 와서 합류를 한다.

세상이 좋아져서 영어로 대화하는 게 서로 한계에 부딪히면 번역기를

돌려서 묻고 답한다. 이러니 자리를 쉽게 빠질 수도 없는 지경이 되었다.

 

쌀쌀한 날씨에 찬 맥주까지 마시니 온몸이 덜덜 떨린다. 주인 친구는

나를 놓아줄 분위기가 아니다. 알고 보니 이 친구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운전기사이다. 계속해서 나의 여행 스케줄을 확인하며 은연중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첫날부터 왠지 친근하게 계속 접근을 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러던 중, 새로운 고객이 나타났고 주인은 커피를 제공하겠다며

안으로 들어갔다.  새로 온 여행객 2명과 자연스럽게 또 합류한 상황이

되었다.  프랑스에서 온 아버지와 아들이 50일간 함께 여행을 다닌다고 한다.

아들은 올해 졸업했으나 아직 직장은 없고 아버지는 식육점 사장이라고 한다.

아들은 담배를 피우고 아버지는 담배는 안 하는 대신 술고래에다 겜블링을

심하게 해서 어머니한테 자주 혼난다는 이야기까지 해준다. 내가 그들 부자와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주인 친구가 자기 집에서 함께 저녁을 하자고

제안을 한다. 성의는 고마우나 지금 배가 너무 부르다고 사양을 하니

내 메일 주소를 알려 달란다. 메일주소를 알려주고 그 자리를 빠져나오니 9시이다.

앞으로는 너무 친절한 튀르키예 사람과는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만 할 것 같다.

친절한 주인 친구..그러나 집요한 영업의 속셈도 있었다.

터키식 커피를 마시고 나면 점괘를 볼 수 있다. 커피를 다 마시고 빈 잔을

뒤집어 커피 쟁반에 올려 두었다가 잔을 들면 쟁반에 쏟아져 남은 찌꺼기

흔적으로 점괘를 보는 것이다.  최상의 점괘는 잔과 쟁반이 순간적으로

붙는 것인데, 나는 최고의 점괘가 나왔다. 점괘가 맞다면 이번 여행은 순조롭게

잘 될 것 같다.  아침부터 궂은 날씨도 오후가 되자 쾌청해졌으므로 날씨에 대한

걱정거리도 없어졌다.

신기하게 잔과 쟁반이 붙은 최고의 행운 점괘를 얻었다.

내일은 튀르키예의 수도인 앙카라로 이동한다. 버스로 3시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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