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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왜 여행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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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9.30(토) 

10월 4일이면 또다시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   요즘 뉴스에 유럽은 몰려드는 여행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일기예보를 보니 이번 여행의 첫 방문국인 스페인의 사라고사, 톨레도 등은 아직도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4도까지

올라가고 있다.  한 달간 여행을 하려면 날씨는 중요한 요소이다. 더위에 약한 나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은퇴 후 지난 몇 년 동안 혼자서 해외로 여행을 왜 다녔을까?  여행을 하다 보면 조금 불편할 수도 있고 긴장도 되지만

여행에서 얻은 기억들은 한결같이 좋았다.  건강한 스트레스에 대한 즐거움이었다.  30년 이상 직장 생활하면서 좋은

기억들도 많지만 직급이 올라 갈수록 받는 스트레스는 비례해서 가중되었다.  흔히들  "급여는 스트레스의 대가이다"

라고 말을 한다.  직장 스트레스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힘든 것이 인간관계였다.   특히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직원을 몰아부치며 윗사람의 비위만 맞추고자 하는 상사를 만나면 최악이다.   업무 그 자체로는 힘들어도

성취욕과 자기 만족감이 생길 수도 있지만 불합리한 상사를 만나면 업무의욕 자체가 없어진다.   그 외에도 업무와

직. 간접으로 관련되는 많은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잠재적 위험요인인 되는 경우가 많다.  성인군자가 아닌 한 많은

부분이 이해관계와 상충될 수 있고 경쟁적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퇴직을 하면

일 년이 될지 십 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진다.  

볼리비아 안데스 고원

여행은 익숙함과 편안함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게 해 준다.    스티브 잡스는  "당신의  삶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것에 낭비하지 말라."라고 했습니다.   공감은 하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 보니 온전히 나의 삶에 충실한 날이 얼마나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한번 뿐인 인생을 너무 생각 없이 살았다.

 

지금은 100세 시대임을 실감한다.   '아침마당' 같은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시는 80세 이상의 건강한 실버층들을 보면

너무 젊어 보이고 건강하다.  물론 보이는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OECD 평균을 넘고있다.   오래 산다는 게 마냥 좋은 것일까?   절대적 수명보다는 건강 수명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평균 66세 전후이다. 

나머지 20년 정도는 약먹고 병원을 다니면서 아프면서 지내는 기간이라 보면 된다.   

미국. 엔텔로프 캐년

나의 건강수명은 평균에도 못 미쳐 이미 다 했다고 본다.   그래서 아직 두 다리가 건강할 때 마음껏 여행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걷지 못하면 그때부터는 지독한 불행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돈에 대한 욕심이 없을 수 없다.  고정적 수입이 없는 은퇴자라면 경제적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래서 불안감을 떨쳐 버리기 위해 수시로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죽으면 가져갈게 아무것도 없는 것에 집착하지 말자.',  '많든 적든 그것에 만족하고

형편대로 살자.',  '지금까지 살아온 것만 해도 감사할 뿐이다.',  '자식 출가시켜 손자까지 있으니 부모 할 일 다했다.',

'병원에 많은 돈 갖다 바칠 일 없도록 건강관리 잘하자.'등등... 

 

은퇴하고 나니 스트레스받을 일은 많이 줄었지만, 한 번씩 찾아오는 무료함과 단조로움이란 복병이 생겼다.

나에게 있어 무료함과 단조로움에서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여행이다.  하루 이틀하는 여행보다는 일주일 이상

가야 효과가 좋았다.  여행을 하면 일단은 가슴이 뻥 뚫리며 머릿속까지 맑아지고 시원해짐이 너무 좋다.  눈과 귀와

입이 호강하는 것은 부수적인 문제이다.   종일 걸어도 고질적인 허리 통증을 제외하곤 신기하게 몸이 다 받아준다. 

부질없는 온갖 잡념도 없어지니 마음 또한 평온하다.  이러한 것들은  내가 사는 익숙한 곳에서 가능한 멀어질수록

효과가 좋다.  

태국.야유타야

한 달씩 여행을 하려면 혼자 하는 것이 좋다.  간혹 그러나 잠깐 외로움을 느끼지만, 혼자 하는 여행의 장점이 

훨씬 많다는 것을 다녀보면 절로 알게 된다.   

 

나는 많이 걷는 편에 속하는 여행스타일이다 보니 성능 좋은 무선 이어폰은 필수 품목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걸으면 방전되어 가는 배터리에 충전이 되는 것처럼 힘이 생긴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오래 걸어도 그렇게 힘들지 않다.  또한 같은 음악을 반복해서 들어도 때와 장소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구아수 폭포 브라질쪽

삼천미터 이상의 남미 안데스 고원 사막에서 깨알같이 많은 밤하늘의 별들을 마주 보며 들었던 '밤하늘의 트럼펫'

연주곡과  'Last Date'

페르게 고대도시, 파묵칼레 히에라 폴리스와 같이 폐허로 남은 고대로마 유적지, 파괴된 상태로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태국의 많은 불교 유적지 등을 돌아보면서 들었던 노래  조영남의 '지금'

수채화 같이 아름다워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샤프란볼루에서 이른 새벽 산책을 하면서

들었던 'Morning Has Broken', 'Oh Danny Boy', 오페라 리골레토의 '여자의 마음', 가호의 '시작'....

탱고의 발상지인 아르헨티나 보라카 항구에서 부두 노동자들의 애환과 사랑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탱고춤과 음악.

봄여행 때 사량도, 소매물도, 비진도와 같이 인적 드문 남해의 섬들을 돌아다니며 들었던 '모란동백'.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느꼈던  Don't Cry for Me Argentina 노래의 주역인 에비타(에바페론)에 대한 아르헨티나인의

깊은 사랑.  세계 최대의 이구아수 폭포를 더욱 웅장하게 만드는 '가브리엘 오보에'의 아름다운 화음 등....

여행하면서 음악과 분위기가 잘 맞아떨어진 곳에서 들었던 음악들을 잊을 수 없다.

 

어떤 책에서 읽은 문구가 생각난다.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고  추억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추억이 없는 노년은 불행하다.'

오랫동안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한 의사가 임종을 앞둔 환자들에게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어냐고

물었더니  '여행을 많이 안 해 본 것'이라는 답변이 제일 많았다고 한다.  미국의 사례이지만 의외의 답변이다.

추억을 만드는 것만큼 저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억에는 한계가 있고 나이 들수록 기억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지나고 나면 남는 것은 사진이다.  사진을 보면 대부분 기억을 해낸다.  따라서 사진 정리를 잘하고 글도 쓰보고

동영상으로도 만들어 보면 더욱 좋다.   마음이 어수선하면 수시로 내가 만든 동영상들을 본다.  그러면 좋은 기억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진다.  무료함과 단조로움에서 벗어나는 나의 방법 중 하나이다.

호스슈 밴드.미국

지금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방에 앉아서도 세계여행을 눈과 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추억은 되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것이기에 본인이 직접 몸으로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  요리책이나 인터넷상의 수많은

요리 정보를 보고 따라 하면 누구나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요리를 해보면

쉽게 되지도 않을뿐더러 본인의 입맛에 맞지도 않을 것이다.  여행 또한 마찬가지이다.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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