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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별을 보기위해 맹동산에서 야영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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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22(월)

 

며칠 전부터 밤하늘의 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남미 여행 때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을 여행하면서 안데스 고원지대에서

본 아름다운 별과 은하수를 보며, 어린 시절 내 고향의 여름밤도 이렇게 아름다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43일간 장기 여행의 휴대품으로 중형 카메라 삼각대는 큰 짐이 되므로 가져가지 

못한 탓에 밤하늘의 사진 한 장 찍지 못한 아쉬움의 여운이 남아서였을까?

 

도시에서 맑은 하늘에 쏟아지는 듯한 별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포항에서 2시간 이면 별구경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실행하기로 한다.

수요일부터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니 더 지체할 수 없어 야영장비를 챙기고

샌드위치, 토마토 수프, 포도주 한 병을 챙겨 차에 싣고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출발한다.

 

목적지인 영양읍 무창리에 소재한 맹동산 풍력발전단지에 도착하니 오후 6시이다.

깊은 산 정상의 풍력발전 단지 내에는 아무도 없다.

넓은 풍력단지를 차로 한 바퀴 천천히 돌아보며 별 구경하기 최적의 장소를 물색하고

텐트를 펼치고 야간 촬영을 위한 준비를 마친다.

7시가 넘자 해가 서서히 진다.

석양의 아름다음에 잠시 취하자 순식간에 어둠이 덮힌다.

 

LG 풍력발전단지
별관측 최적의 장소
맹동산의 석양

곧이어 별이 하나씩 나타난다.

얼마 되지 않아 북두칠성이 선명히 보인다. 내가 아는 별자리는 북두칠성 및 북극성이다.

계속해서 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제법 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장식한다.

어릴 적 내 고향에서 보던 한여름 밤의 별이나, 남미 안데스 고산지대에서 보던 별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은 별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었다.

 

자정까지 밤하늘의 은하수는 볼 수가 없었다.

이른 새벽을 기대해보며, 새벽 3시에 알람을 세팅하고 잠시 잠을 청한다.

자정까지 조용하던 바람이 새벽이 되자 강하게 분다.

풍력발전기의 대형 날개 돌아가는 소리가 제법 위협적이다.

 

텐트 밖으로 나가 하늘을 관찰해 보지만 은하수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별이 조금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사진 몇 장을 더 찍고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주기적으로 들려오는 발전기의

대형 날개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기이하게 들려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다.

선명하게 보이는 북두칠성

 

그러던 중, 잠시 깊은 잠에 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텐트 안이 훤해지고 있다.

급히 텐트 밖으로 나가보니 다행히 해는 보이지 않지만 동쪽 하늘이 이제 막 붉게 물들고 있다.

맹동산의 일출 전경

하룻밤을 보내면서 석양과 별 그리고 일출 장면까지 다 보았으니 대만족이다.

젊었을 적엔 겁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혼자 산에서 잔다는 게 조금은 무섭다.

 

LIFE IS SIMPLE AND SHORT.   

DO WHAT YOU LOVE, AND DO IT OFTEN.

이른 아침의 풍력발전단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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