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23 (수)
경남 사천을 출발해서 하동 평사리에 최참판댁 근처에 있는 동정호에
도착했다. 두꺼비가 산다는 습지에는 보랏빛 야생화가 가득 피어 있다.
동정호 옆 들판에는 부부송이라 부르는 한쌍의 소나무가 서 있다.
논에는 푸른색 벼와 달리 특이하게 짙은 갈색의 벼도 심어져 있다.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호수다.
평일임에도 최참판댁 방문객이 제법 있다.
매표소를 지나 올라가다 보니 샘물이 있어 물맛을 본다.
더운 날씨 탓인지 샘물 맛이 더없이 시원하고 달콤하다.
되돌아 나올 때 또 한번 더 마셨다.
최참판댁 앞에는 토지 드라마 촬영 세트장이 남아 있어 박경리 소설
'토지'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준다.
일제 강점기 암울한 시절에 양반 신분의 최참판댁 외동딸 서희와
신분의 차이를 갖고 결혼한 길상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은
대하소설이다.
하동 쌍계사로 가기 위해 최참판댁 뒤편 고갯길을 넘어가다 보니
평사리 들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하동에 왔으니 쌍계사는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다.
우리나라 경치 좋은 명당에는 대부분 절이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유명한 사찰만 찾아가도 훌륭한 힐링 장소가 된다.
쌍계사를 둘러보고 구례 운조루로 향한다.
운조루가 위치한 곳은 한옥마을로 민박을 하는 집들이 많았다.
깨끗하고 조용한 운조루 마을이다.
시골에서 잠시라도 방치된 집은 순식간에 잡초가 점령한다.
마을을 둘러보고 운조루로 가 보니 대문 앞에 수련으로 가득 찬
연못이 있고 할머니 한분이 입장료 천 원을 받는다.
고택의 관리상태는 좋다고 할 수 없으나, 무료로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해두었다.
차상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 누군가 먼저 선점하고 있으면
이용하기 곤란하다.
부부로 보이는 사람이 먼저 자리를 잡고 물을 끓이고 있기에
잠시 마루에 서있다가 그냥 나오고 말았다.
입장료 내고 들어갈만한 가치는 없어 보이나 차값 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의하면 이곳 마을이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살기 좋은 곳이라 하며, 그중 운조루의 집터를
'금가락지가 떨어진 모양'으로 더욱 좋게 보았다고 한다.
다음으로 간 곳은 사성암이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참 올라가야 한다.
544년 백제 성왕 때 조사 연기가 창건하고 신라 원효, 도선, 고려의
진각국사 혜심까지 4명의 고승이 수행하던 곳이라 하여 사성암이라
불리고 있다. 조계종 제19교구 본사인 화엄사의 말사이다.
사성암을 돌아보고 나니 오후 5시가 지났다.
화엄사에 전화를 해보니 6시까지 오면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오늘은 화엄사까지 가기로 하고 발길을 서두른다.
화엄사에 들어서면 처음으로 보게 되는 것이 화엄경의 불견, 불이, 불언에
대한 가르침을 보여주는 동자상을 만나게 된다.
여수 향일암에도 같은 동자상이 있었다.
첫날 방문한 밀양 표충사와 비교해 보면 쌍계사가 훨씬 볼거리가 많고
아름다운 사찰이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조성한 부처님 진신사리 73 과가 봉안된
국보인 적멸보궁 4 사자 삼층석탑은 현재 해체되어 보수 중에 있었다.
국보인 각황전과 석등, 보물로 지정되어있는 대웅전 및 오층 석탑 등
사찰 전체가 소중한 문화재이다.
일기예보상 저녁에 비가 온다고 한다.
야영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다음 목적지인 목포에 숙소를 예약하고
부지런히 차를 몬다. 가는 도중 굵은 빗방울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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