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22 (화)
이른 아침 피어오르는 밀양강의 물안개를 보면서 삼랑진 생태문화공원으로
이동하였다. 아침부터 내리쬐는 햇살이 만만찮다.
생태공원에 도착하니 낙동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모두 젊은 라이더들이다.
차 트렁크에서 자전거를 꺼내 신속히 조립을 마친 뒤, 간단히 육개장을 끓어
아침을 먹고 원동역 방향으로 라이딩을 시작한다.
넓은 공원을 지나 강변을 달리니 시원한 바람이 상쾌하기 그지없다.
낙동강 자전거길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강변 따라 생태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어 마냥 달리고 싶어지는 곳이다.
몇 달 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았기에 오늘은 3시간 정도만 타기로 한다.
시골역 구내를 구경하려고 했으나, 공사 안전상 문제로 출입이 불가하였다.
오래간만에 자전거를 타니 힘이 든다.
다시 자전거를 분해해서 차에 싣고 남강변에 있는 악양 생태공원으로 향했다.
시기적으로 6월은 봄, 가을에 비해 볼거리가 적다.
날씨도 덥지만 꽃들도 별로 없다. 대신 상춘 관광객이 적은 장점은 있다.
악양 생태공원에도 대부분의 꽃들은 지고 없었다.
호숫가 주위를 돌아 제방길 따라 악양루까지 걸어본다.
생태공원 제방 끝에 '처녀 뱃사공' 노래비가 보인다.
처녀 뱃사공은 내가 태어 난 해인 1958년에 발표된 음악인데
586세대에게는 추억의 노래로 사랑받고 있다.
그때 당시 노래에는 6.25 전쟁과 관련된 아픈 사연의 노래가 많았다.
무서운 전쟁의 아픔과 보릿고개의 배고픔을 견뎌내고 이 나라의
성장 기틀을 만든 위대한 부모님들이 청춘을 바친 시절이었다.
어릴 적 워낙 많이 듣고 불러 본 노래인지라 노래비 앞에 서니
절로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군인 간 오라버니 소식이 오네
큰 애기 사공이면 누가 뭐라나
늙으신 부모님을 내가 모시고
에 헤야 데 헤야 노를 저어라
삿대를 저어라."
노래비를 지나서 강변 데크길을 따라가다 보면 절벽 위에 세워진
악양루가 있다. 악양루에 올라가니 아주머니 한 분이 계신다.
함안군에서 일자리를 주어 이곳을 지키는 일을 하신다고 한다.
'신발을 벗고 정자에 오르세요'라는 안내 표지판이 있음에도
지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봄에는 악양루에 올라 맞은편 강변에 조성된 봄꽃 단지를 보려고
매일같이 엄청난 인파가 몰려온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봄꽃 가득 찬 벌판이었지만 지금은 모두 갈아엎었다.
봄에 때맞춰 오면 장관이니 그때 다시 오라고 한다. 더불어 함안 수박은
전국에서도 알아주니 수박 맛도 보라고 한다.
다음으로 간 곳은 함안 연꽃테마파크이다. 아직은 연꽃 구경은 할 수 없었다.
7월 중순이 되어야 연꽃을 볼 수 있겠다.
경주 동부사적지 연꽃단지가 더 나을 것 같아서 차 안에서 잠시 쳐다보고
말이산 고분군으로 향했다.
높지 않은 언덕에 위치한 말이산 고분군이지만 푹푹 찌는 날씨로 땀이 절로 난다.
유일한 그늘이 되어 주는 소나무 밑에서 한동안 땀을 식혀야 했다.
고분 속은 도굴당하거나 발굴의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장례문화도 화장하는 것으로 많이 바뀌었다.
아직도 본인 사후에 매장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지 않을까?
좁은 국토도 문제지만 자식이나 후손에게 묘소 관리의 짐을 지우고 싶을까?
고분군을 내려와 얼마 멀지 않은 무진정에 와 보니 젊은 이들이 많이 있다.
인생 샷 남기기에 인기 있는 장소이나 호수 물빛이 맑지 않아 아쉽다.
저녁에는 여항면 별천계곡에서 야영하기로 하고, 그곳에 가 보니
아담한 계곡으로 야영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네다섯 가족이 캠핑을 하고 있었지만 야영까지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이들이 철수하면 자리를 잡으려고 계곡 입구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평상시 연락이 없었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낮 동안 맑은 날씨였는데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한다.
금방 그칠 비가 아닌 것 같다. 야영을 포기하고 주변 숙소를 검색해보니
마땅한 숙소가 없다. 아고다를 통해 다음 목적지인 사천에 있는 모텔을
예약하고 내비게이션을 켜보니 그곳까지 3시간이나 걸린다.
이곳 여항산은 6.25 때 미군과 국군이 북한군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함안 군민이 희생되었기에 위령비를 세워 조그만
공원으로 조성해 놓고 있었다.
사천으로 가는 도중 장대 같은 폭우까지 내린다. 다행히 사천에 도착하니
비는 멈추었다. 함안에는 밤새 비가 오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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