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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나 홀로 한 달간 태국여행 (12일차 , 롭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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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2 (금)

 

오늘은 이번 여행 중 극적인 상황을 3번이나 경험했다.

그동안 11일간을 무리 없이 돌아다녔기에 순탄한 여행이 될 거라 생각했었다.

현지인과 의사소통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문제는 없었다.

 

여행하다보면 좌충우돌할 수도 있고, 여행의 어원 또한 라틴어에서 유래된

'고생'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니 그냥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혼자서 장기 여행을 할 때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내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를 때일 것이다.

 

(에피소드 1) 생리적 욕구 해결

터미널에서 '롭부리'가는 차편을 알아보니 곧 출발한다고 한다.

다음 차는 1시간 후에 있다.

급히 화장실을 찾아가서 돈을 투입하니 돈만 잡아먹고 문이 열리지 않는다. 

뒤에 있던 아주머니가 나서 해 본다. 역시 돈만 잡아먹는다. 

아주머니가 다시 시도를 해 본다. 역시 안된다.

안 되겠다 싶어 멀리 떨어져 있는 화장실로 급히 갔다. 

그곳은 폐쇄를 시켜놨다. 헐~

 

어제 유로주차장에 있는 무료 화장실을 이용한 적이 있어 무거운 배낭 메고

열심히 가서 성공하고 겨우 버스 티켓을 끊고 탈 수 있었다.

여태껏 차 안에서 요금을 지불했는데 오늘은 매표소에서 티켓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티켓을 사니 나를 버스 안 좌석까지 안내를 해 준다. 앞에서 3번째 통로 측 3B 좌석이다.

배낭을 선반에 올리지 못하고 있으니, 나를 데려다 준 사람이 내 베낭을 가지고 내린다.

 

겨우 정신 차리고 자리에 앉으니 옆좌석 아가씨가 말을 건넨다.잘 생긴 서양 아가씨다.

어디서 왔냐고 물길래 '한국에서 왔다'라고 하니, 자기는 독일에서 왔고 태국에 1년 가까이

영어강사로 일했으며 나콘랏차시마에 온지는 한 달 되었다고 한다.

오늘은 태국 친구 만나러 '사라부리'에 가는 중이라 한다.

 

그러면서 내 가방을 어떻게 했냐고 묻는다.  갑자기 걱정이 된다.

그래도 태연하게 아마 짐칸에 실어 주었을 것이라고 말은 했지만, 도착할 때까지

은근히 걱정이 된다. 같이 내려 확인을 하지 않은 게 후회가 된다.

 

'사라부리'는 내가 가는 '롭부리'를 못 미쳐 중간 정도에 위치한 도시이다. 

롭부리까지는 3시간, 사라부리까지는 1시간 40분 정도 거리이다.

아가씨는 그때부터 자신이 내릴 때까지 쉬지 않고 말을 건다.

덕분에 거의 2시간 쉬지도 못하고 맞장구쳐 줄수밖에 없었다.

 

어느 한국에 사느냐?  북한에 가 봤느냐?  동.서독이 통일된 것처럼 한국도

통일되지 않겠느냐?라는 질문에  

우리는 간절히 원하지만 지리적 및 주변 강대국인 중국, 미국, 일본 등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덧붙여 '주변국은 우리의 통일을 별로 반기지 않을 것 같다'라고 하자 

조금 의아해하는 표정이다.

 

대화 도중에 과일을 꺼내 주면서 먹어 보라고 한다.

크기는 호두만 한데 속 알맹이는 꼭 6종 마늘처럼 생겼다.

먹어보니 담백하고 맛있어서 몇 개를 더 먹었다.

독일 아가씨는 자신은 여기서도 독일식 호밀빵에 햄을 곁들인 것과

내게 건네준 과일을 자주 먹는다고 한다.

과일을 먹어서 인지 차내 냉방이 너무 강해서인지.. 소변이 갑자기 마려워지기 시작한다.

 

태국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안내방송이 없고, 안내간판도 영어로 된 것이 없다.

오는 도중 길거리 몇 군데서 잠시 승객도 태우고, 한 곳에서는 5분 정도 정차도 했다.

그런데도 차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나가봤자 화장실 찾기 어렵고 그동안 차 떠나버리면 더 큰 낭패를 당할 테니까.

 

롭부리까지는 앞으로 1시간 40분은 더 가야 하는데 끝까지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곧 아가씨가 내리는 '사라부리'에 같이 내릴까 생각하다, 승무원에게 차 안에 화장실 있냐고

물었더니 뒤에 있단다.

'궁즉통 통즉구' 좌우간 궁하면 길이 있는 모양이다.

2층 버스가 아닌 일반 버스였기 때문에 차내 화장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었다.

차 안에 화장실이 있어 첫 번째 고비는 넘겼다.

내가 화장실 다녀오니 아가씨도 화장실 있는 줄 몰랐다며 본인도 다녀오겠단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승무원이 독일 아가씨를 포함해서 몇 사람에게만 물티슈를 나눠준다.

내게는 왜 안 주는지 의아해하자, 태국 1년 경험자인 독일 아가씨가 말하길...

'다음 목적지에 내릴 손님에게만 준다'라고 한다.

나도 내리기 전에 물티슈를 줄 테니 어디 내릴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며 웃는다.

내가 수시로 구글맵을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2) 악동 원숭이

롭부리에 도착해서 그랩 카를 호출하니, 이 지역에서는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

현지인에게 '택시 어디서 타느냐' 물으니 롭부리는 택시가 없단다.

방콕을 벗어나서는 왠지 택시가 안 보인다 했더니...

그러면 무엇을 타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하자 '미니버스'를 타라고 한다.

 

미니버스?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차로 태워 줄 테니 150밧 (5,300원) 달라기에

괜찮은 것 같아 숙소까지 왔다.

체크인 후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호텔 종업원 두 사람이 방으로 찾아왔다.

내가 타고 왔던 차가 돌아가다 사고를 냈다면서 그 차번호 기억하느냐?

어떻게 그 차를 타고 왔는지? 등에 대해 묻는다

혹시 불법 영업한 차를 이용한 죄로 내게도 불똥이 떨어질까 걱정을 하니

문제없을 거라며 편히 쉬라고 한다.

혹시 또 귀찮게 찾기 전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롭부리에서 제일 유명한 '원숭이 사원'으로 갔다.

사원 주변 도로까지 원숭이 천국이다.

원숭이 사원은 직경 60m 정도 되는 크메르 양식의 조그만 사원이지만

악동 원숭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는다.

 

길에도, 차위에도, 전봇대에도....어디든지 원숭이 천지이다.

갓 태어 난 새끼 원숭이는 작고 귀엽지만 애기 원숭이부터는 악동 같은 짓을

서슴지 않고 한다.

가방과 모자를 뺏기지 않도록 신경 쓰며 입장료 50밧 (1,750원)을 주고 들어 갔다.

들어가면 곧장 원숭이들이 사람에게 달려들고 난리를 친다.

매표소 옆에서 해바라기 씨앗처럼 생긴 원숭이 먹이를 판다.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장면을 찍고 있자 내게도 조금 나누어 준다.

쪼그리고 앉아서 먹이를 내밀자 애기 원숭이가 와서 먹이를 채간다.

장난기가 발동해서 먹이를 주는 척하다 숨기자 .....

번개같이 내가 쓰고 있던 스포츠용 고글을 잽싸게 채서 도망을 간다.

 

갑자기 장님이 되어 버렸다. 안경 대신 도수 있는 렌즈로 맞춘 고글이기때문이다.

내가 원숭이 뒤를 쫒아가자 관리인이 고함을 지르며 원숭이를 향해 새총을 쏜다.

내 고글을 가지고 원숭이들끼리 패스하고 도망가고 난리법석을 피운다.

에라..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고글을 찿으러 원숭이 무리로 다시 뛰어 갔다.

관리인이 연속해서 새총을 쏜다. 물론 원숭이를 겨냥해서 쏘는 것은 아니다.

원숭이 없는 사원벽에 쏘는데 그 소리가 꽤나 크다.

그러자 내 고글을 던져 버린다. 고글을 주으니 한쪽 렌즈가 없다.

다행히 관리인이 찿아 오기는 했지만 렌즈가 상처 투성이다. 비싼 렌즈인데...

 

(에피소드 3) 정말 십년감수 했다.

롭부리는 원숭이사원을 나와 약 1Km를 걷다보니 대학교앞을 지나게 되어

캠퍼스내로 들어 갔다.

캠퍼스를 한 바퀴 돌고나서, 파고라 밑에서 학생 6명이 잡담을 하고 있길래

말을 걸어 본다.

여학생 5명과 남학생 1명이 있는데 서로 영어를 못한다고 하면서 자기들끼리

그중 여학생 1명을 지목한다.

 

학생들과 재미있게 10여분 정도 이야기하다 학생들이 알려 준 정류소를 향해

100m 정도 걸어가던 중, 갑자기 휴대폰 생각이 나서 가방이며 호주머니를

뒤져보지만 없다.

다시 뒤돌아 학생들에게로 급히 가서 '휴대폰 못 봤냐'고 물으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그렇다면 학생들과 만나기 전 교내 화단옆 벤치에서 잠시 쉴 때

그곳에 두고 온 것이 확실하므로 종종걸음으로 그곳으로 가 봤으나 없다.

지나가는 학생이 있어 도움을 요청하니 경비실로 가 보라고 한다.

학교 경비를 찿아 자초지종을 설명해도 내 말을 알아 듣지 못하고

휴대폰 말만 알아 듣고 자꾸 자기 휴대폰을 꺼내 내게 내민다.

 

큰일이다. 휴대폰 없이는 여행 자체가 거의 불가능이다.

지도검색, 숙소 예약정보, 연락처 등등... 갑자기 눈 앞이 깜깜해지고

입안이 바짝 마른다.

.

..

그렇게 경비와 헤프닝을 벌이고 있는데,

나와 같이 대화했던 여학생이 내 휴대폰을 들고 나에게로 왔다.

수호천사가 분명했다.

당신이 나를 살려줘서 너무 고맙다는 말을 건네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오늘은 세번씩이나 아찔한 일을 당하고 보니 갈증과 함께 허기가 든다.

숙소 근처에 멋진 식당이 있어 주방장 추천 태국식 음식(샤브샤브 같음)과

곁들여 맥주를 3병이나 기분 좋게 마셨다.

 

 

어두워져서 식당을 나서니 길 건너갈 일이 걱정이다.

태국에는 길을 걷는 사람을 신기할 정도로 볼 수 없다.

건널목 표시 및 신호등도 없다. 사진과 같은 상황에서 본인이 알아서 잘 건너야 된다. 

 

오늘 내가 묵는 숙소는 2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방 크고 깨끗하며 조식까지 포함되니 

가성비 최고이다.

약간 변두리에 위치해 있고 아고다 특판으로 나온 것을 일찍 예약해서인지는 모르겠다.

최대의 장점은 카운터 직원이 영어를 잘 한다는 것과 호텔 인근에서 일주일에 두번

야간 도깨비시장이 열리는데 오늘이 그날이다.

 

숙소에서 잠시 쉬다가 도깨비시장으로 갔다. 없는 것 빼고는 모든 것들이 다 있다.

장터 규모도 크서 돌아 다니다 보니 길을 못 찿아 한참 동안 돌았다.

 

 

 

- 중고 휴대폰도 많이 판다. 거의 SAMSUNG 거다.  우리나라에서 분실된 휴대폰도 여기까지 왔겠지...

 

 

 

 

 

 

음식코너로 가니 해산물부터 다양하게 있다.

과일점 앞을 지나다 처음보는 과일이 있어 1팩에 50밧(1,750원)주고 사고,

옆 가게에서는 버스에서 독일 아가씨가 준 과일 1Kg을 25밧(870원)을 주고 샀다.

1Kg에 50개가 넘는 것 같다.

 

 - 두가지 과일 맛은 비슷하나 첫번째 사진의 것은 씨앗이 너무 크다.

    2번째 사진의 것이 독일 아가씨가 좋아 한다는 것인데 씨앗이 적어 그냥 통채로 먹음.

 

 

지금 열심히 과일 먹으며 글 쓰고 있지만, 새벽 2시가 다 되어 간다.

빨리 끝내고 잠 좀 자자....

 

금일 총 소요경비(숙박비 제외) : 920밧 = 32,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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