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 (토)
오전 8시 20분. 모터바이크(스쿠터)를 빌리기 위해 숙소 앞 가게를 보니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어제 물어보니 12시간 빌리는데 13만 낍 달라고 한 가게이다. 다른 곳을 찾아 보니 문을 연 곳이 보인다.
여기서는 15만 낍을 달라고 한다. 2만 낍(1,350 원) 때문에 망설일 필요 없으니 빌리기로 한다.
젊은 외국인 남자가 주인과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용인즉 어제 스쿠터를 빌리면서 여권을 맡겼는데
돌려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인은 여권을 찾아봐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라오스에서는 스쿠터를 빌릴 때 여권을 맡겨야 한다. 간혹 여권 분실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현장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살짝 걱정이 된다.
스쿠터 상태를 확인하고 주유 레벨을 보니 거의 바닥이다. 주인에게 말하니 주유소에 가서 1리터만
넣으면 된다고 한다. 귀찮아서 가게에 있는 기름을 넣어 달라고 하니 1.8리터 생수병에 기름을 담아
넣어주면서 5만 낍(3,400 원)을 달라고 한다. 휘발유는 3만 낍으로 흥정을 하고 총 18만 낍(12,000 원)을
지불하고 남싸이 전망대를 향해 출발한다.
스쿠터를 이용하면 교통이 불편한 라오스에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위험한 낡은 다리 및 움푹 파인
도로만 조심하면 큰 문제없이 즐겁게 탈 수 있다.
방비엥 중심지에서 남싸이 전망대나 블루라군으로 가려면 남쏭강을 가로지르는 낡은 다리를 지나야 했다.
이곳이 가장 위험하다. 스쿠터 운전이 서툴거나 조금만 균형을 잃어도 대형 사고 나기 십상이다.
구멍이 숭숭 나 있는 나무다리 상판 위에 벨트를 깔아 놓았다. 벨트를 벗어나면 대형 사고다.
족히 80m 정도되는 교량을 능숙하게 지나야 한다. 이곳만 지나면 특별한 문제는 없다.
아래 사진은 구글지도에서 퍼온 종전 사진인데 지금은 훨씬 더 심각하다. 북쪽으로 올라가면 안전한 다리가
있다.
시내에서 20여 분 달리면 남싸이 전망대 매표소가 도로변에 있다. 입장료는 2만 낍(1,350 원)이다.
정상까지 30분 소요되나 워낙 경사가 급하고 안전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조심해야 한다.
아래 사진은 초입구간으로 이 정도는 양호한 편이다. 올라 갈수록 힘들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린다.
정상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좁은 정상을 선점하고 있다.
정상에 오토바이가 두 군데 설치되어 있다. 덕분에 더욱 인기있는 장소가 된 듯하다.
힘들게 정상으로 오르면서 무거운 니콘 카메라를 메고 가는 나이 든 외국인이 있다. 몇 해 전만 하더라도
나 역시 저러고 다녔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오르다 보니 정상까지 조금은 쉽게 오를 수 있었다.
73세 이탈리아 노인이었는데 부인과 친구들이 함께 왔다고 했다. 그들은 정상에 먼저 올라와 있었다.
나 보다 몇 살 더 많았는데 대단한 체력이다.
오를 때 보다 내려갈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외국 여행와서 자칫 사고라도 나면 낭패다.
전망대 매표소로 내려오니 바지까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잠시 땀을 식히고 블루라군 1군 근처에 있는
Phapongkham Cave(파퐁캄 동굴)로 출발한다. 스쿠터를 타고 달리니 생각 외로 시원하고 젖은 옷이
금방 다 마른다. 스쿠터에 휴대폰 거치대가 있지만 내 휴대폰에 맞지 않아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
운전을 하니 조금 신경이 쓰였다.
파퐁캄 동굴도 2만 낍의 입장료가 있다. 찾아오는 방문객은 아무도 없었다. 매표소 주변에는 손바닥 만한
크기의 노란색 꽃들이 간간히 떨어지고 있으며 이미 바닥에 많이 뿌려져 있다.
동굴을 향해 조금 오르다 보니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방향 100m에도 동굴이 있고, 오른쪽 300m에도
동굴이 있다. 망설임 없이 가까운 동굴로 간다.
스쿠터가 있는 곳으로 내려와 주변의 떨어진 노란 꽃들을 모아 보았다.
이제 에너지 충전을 위해 식당을 찾아야겠다. 시골길에서 식당 찾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블루라군 3을 앞두고 리조트 간판과 함께 식당 표지판이 보인다. 무조건 들어가 본다.
바질 돼지고기 볶음밥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105,000 낍(7,000 원)이다.
음식이 너무 맛있다. 어딜 가나 아무 음식 잘 먹으니 역시 해외 체질이다.
방비엥 블루라군 중에서도 블루라군 3이 좋다고 해서 와보니 규모는 작고 인공적으로 만든 호수이다.
젊은 이들로 가득하다. 나와 같은 실버세대는 분위기상 맞지 않다. 대신 전망대와 동굴이 있으니
그곳으로 가본다.
그러나 이곳도 만만찮다.. 전망대 오르는 길은 급경사에 너무 위험해서 중도에서 포기하였다.
아기들이 있어 말을 걸어보니 라오스와 태국이 반씩인 라오타이라고 유창한 영어로 답한다.
사진으로 실감이 나지 않지만 뒤에 보이는 급경사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다시 수직 절벽을 올라야 하는
위험한 곳이다. 현명하게 여기에서 되돌아 내려간다.
동굴 또한 깊고 좁아 무지하게 힘들다. 플래시 불빛에 의존해서 20여 분 가면 동굴 호수가 있다고 하지만
중간쯤에서 포기하고 되돌아 나왔다.. 안전헬멧 없이 좁은 곳을 기어서도 가고, 오르고 내리다 보니
체력소모가 많다. 라오스는 자연을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두기에 이 젊은 사람들이 이 맛을 좋아하는 것 같다.
혼자서는 동굴 안으로 못 간다. 다행히 외국인 커플 두 쌍이 있어 같이 들어갔다. 아래 사진은 동굴 입구인데
거의 수직으로 10여 미터를 내려간다. 여기서 부터 '오 마이 갓'을 연발하며 쉽게 내려가지 못하고 있는
여성분을 한동안 보고 있었다.
동굴 안에서도 외국인 여성은 계속 '오 마이 갓'만 외쳐 된다. 내가 도중에 되돌아 나가려니 몇 번을 계속 가자고
종용을 한다. 나를 지켜 줄 신이 내게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덩달아 '오 마이 갓'이다. 베낭이 있어 더욱 힘들다.
성능 좋은 플래시나 렌턴이 있어야 한다. 휴대폰 조명 믿고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
종전에는 경고판 내용처럼 현지인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구걸이나 귀찮은 행동을 했나 보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사람이 없었다.
블루라군 3에서 숙소까지 40 분을 가야 한다. 오늘 탄 스쿠터는 중국제품 같은데 성능이 괜찮았다.
땀을 많이 흘렸더니 갈증이 계속 난다. 가게가 보여 시원한 라오비어 한 캔을 사서 마시니 살 것 같다.
스쿠터 시동을 걸기 위해 열쇠를 꽂으려니 열쇠구멍이 이상하게 닫혀있다.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나라 사람들도 베트남 사람처럼 모태 라이더일 것 같다. 가게 아가씨에게 도움을
청하니 손쉽게 닫힌 열쇠구멍을 열어준다.
열쇠 뒷부분을 아래쪽 구멍에 맞춰 OPEN 방향으로 돌리니 닫힌 열쇠구멍이 열린다. 도난 방지장치가 작동한
셈인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여서 다행이었다.
숙소에서 저녁 무렵까지 쉬다가 스쿠터 반납을 하기 전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본다.
마을 외곽으로 가니 열기구가 떠 오르고 있다. 튀르키예 카파도키아에서 본 새벽 열기구의 장엄함은
아니지만 방비엥에서 열기구를 볼 줄이야..
입맛은 없고 갈증만 난다. 스쿠터를 반납하고 저녁 대신 망고, 아보카도 주스를 마시고 파인애플을 사서
숙소에서 쉬는 것으로 오늘 하루를 마감한다.
앞쪽 왼편 아이스 박스에 야구공처럼 생긴 노란 과일이 5개 묶음으로 들어 있다. 파인애플이다.
망고 보다 당도가 훨씬 높았다. 역시 마을 중심지 보다 외곽 쪽이 가격도 착했다.
주스 3만 낍, 파인애플 3만 낍(2,000 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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