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18 (일) 여행 2일째
새벽 4시 40분이 되자 이슬람사원에서 새벽기도를 알리는 아잔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내 귀에는 그냥 웅얼거리는 소리 같지만 싫지는 않다.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소리이다.
시계 알람 대신 앞으로 이 시간에 기상하면 되겠다. 6시간의 시차 때문인지 3시경에
일어났기에 새벽 분위기도 파악할 겸 어둠이 사라지길 기다렸다 숙소를 나선다.
숙소 앞에는 어제 본 고양이를 비롯해서 많은 고양이들이 어슬렁 거린다.
구글맵을 작동시키고 방향을 잡으려고 하다 숙소 앞에 쉬고 있는 현지인에게 길을 물었다.
내 휴대폰으로 몇 번 방향을 잡아보더니 아야 소피아 성당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기 차를 가리키며 태워주겠단다. 옆에 서있는 차를 보니 호텔을 돌며 세탁물 등을
수거하는 차량이다. 일부러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거절하자 괜찮다며 1분만 기다리라고 한다.
조금 있으니 동료 한 명이 골목에서 큰 자루를 메고 나온다.
두 사람 모두 20대의 젊은 청년이다. 덕분에 아야 소피아 성당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차로 10여분 정도 되는 거리였지만 걸어갔더라면 제법 고생했을 것이다.
튀르키예 국민의 90%는 이슬람교를 믿는 이슬람 국가이지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다. 하루 5번 기도하냐고 묻자 나를 태워준 젊은이는 한다고 했고 한 사람은
무슬림이지만 자기는 하지 않는다고 하며 웃는다.
어제도 젊은 터키인의 도움을 받았는데 오늘도 아침부터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만나니
왠지 이번 여행은 잘 풀릴 것 같다.
아야 소피아 성당이 있는 넓은 광장에 도착하니 주변에 블루모스크(술탄마흐메트 자미),
톱카프 궁전, 지하궁전이라도 하는 예레바탄 사라이, 귈하네공원이 다 모여있다.
7시에 도착하다 보니 입장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본다.
블루모스크는 8시 30분부터 입장할 수 있고 나머지는 9시부터 문을 연다고 한다.
이스탄불 박물관 티켓을 파는 곳으로 가보니 여행 오기 전 조사한 가격보다 많이 올랐다.
5일권이 700리라로 5만 4천 원이 넘는다. 자국민은 60리라이다. 튀르키예 여행에서 비용이
많이 나가는 것이 유적지 입장료임을 실감한다.
리어카에서 시밋이라는 도넛과 같은 빵을 팔고 있다. 간식거리로 2개를 샀다.
하나는 속에 초콜릿을 다른 하나는 치즈를 넣어 달라고 했다. 초콜렛을 넣은 빵을
먹어보니 맛이 기가 차다. 매일 간식거리로 사 먹게 생겼다.
주변을 돌다 보니 8시 30분에 블루모스크 입장이 시작되었다. 한 무리의 한국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다. 튀르키예는 한국 단체관광객이 많이 찾는 나라이다.
내외부 보수공사 중이어서 조금은 어수선하다. 블루모스크 입장 시에는 외국인이라도
예외 없이 여자는 스카프를 써야하는 등 복장 규정을 지켜야 한다.
블루모스크를 나와보니 광장에는 이미 엄청난 긴 줄이 생겨있다. 아야 소피아를 입장하려고
줄을 서 있는 것이다. 뜨거운 햇살 아래 20여분 서 있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없다. 혼자 마스크 쓰는 것 자체가 웃음거리가 될 것 같다.
유럽은 코로나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아마 귀국 후 PCR 검사하면 양성이 나올 것이다.
아야 소피아의 화려한 내부를 보고 나면 술탄 1세, 2세, 3세 및 공주의 묘도 볼 수 있다.
아야 소피아를 나와 톱카프 궁전으로 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있다.
중요한 내부 건물들을 보기 위해서는 표를 사야만 한다. 나는 뮤지엄 패스를 가지고 있어
곧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톱카프 궁전은 볼 내용이 많지만 사진 몇 장만 남긴다.
톱카프 궁전을 돌아보고 나니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무거운 카메라 메고 더운 날씨에
부지런히 걸었기 때문이다. 지하궁전이라는 예레바탄 사라이로 가기 전에 귈하네 공원에서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기로 한다.
튀르키예는 음식을 시키면 기본적으로 빵을 준다.
귈하네 공원 내에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이 있어 뮤지엄 패스로 들어가 보았다.
오스만 제국의 높은 문명 기술들을 볼 수 있다. 천문과학 기술이 발달해서 유럽이
대항해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고,
견고한 성을 공략하기 위한 투석기 및 각종 무기를 개발하여 제국의 영토를 넓힐 수
있었다. 유럽보다 훨씬 앞선 높은 의료기술, 물을 다스리는 치수 장비, 유리제조 기술,
건축물 수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박물관을 구경하다 보면 로마제국이
동. 서로마로 분열되고 동로마 제국이 오스만 제국으로 될 수밖에 없었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중세 유럽의 암흑기 시절에 이슬람 제국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이유를 느낄 수 있다.
지하궁전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곳은 뮤지엄 패스가 유용하지 않아 별도로 190리라(15,000 원) 표를 사야 한다.
오늘 9시간 돌아다니고 숙소에 도착하니 몸이 파김치가 되었다.
어느 정도 자료 정리를 하지 않으면 뒷감당이 되지 않으므로 어떻게든 하려고
애를 쓰지만 내일을 위해 쉬어야겠다.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홀로 튀르키예 여행 (술탄아흐메드 광장에서 발렌스 수도교까지) (2) | 2022.09.20 |
---|---|
나 홀로 튀르키예 여행 (예레바탄 사라이 - 지하궁전) (4) | 2022.09.19 |
나 홀로 튀르키예 여행 (이스탄불 신공항에서 구시가로) (3) | 2022.09.18 |
40일간의 튀르키예(터키) 여행 계획 (1) | 2022.08.17 |
봄 여행 마지막 날 - 진도 (0) | 2022.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