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26 (토)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오늘 여행 코스를 챙겨본다.
우리나라 최초의 개항 항만은 1876년에 개항한 부산항이다.
군산도 1899년에 근대항으로 개항되었으니 올해로 122년이나 된다.
군산은 금강과 만경강을 끼고 있는 곡창지대이다 보니 고려시대부터
왜구의 침략이 많았던 곳이며, 일제 강점기 때는 수탈을 위한 거점지로써
일본인 미곡상, 정미상, 잡화상인 유독 많았다고 한다.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있어 숙소에서 가까운 진포 해양테마공원으로 갔다.
퇴역 F-4 전투기, 전차, 자주포, 상륙함 및 해경 경비정 등이 진열되어 있다.
전시되어있는 8인치 자주포를 보니 1982년 포병장교로 임관해서 근무한
부대가 8인치 자주포 대대였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과 함께 지난 군대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당시는 우리 군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포병화기였는데 아마 지금은
거의 없어지고 K9 자주포로 교체되었을 것이다.
6.25 참전국 국기게양대 앞에 설명되어 있는 내용을 훑어보니
참전국가 중 전사, 실종, 부상 등 피해 인원이 가장 많았던 나라는
미국, 영국, 터키, 호주, 캐나다, 태국 순으로 많았다.
참전인원 대비 피해율로는 프랑스가 37.6%로 가장 높았고,
호주 24.7%, 터키 21.5%, 태국 20.1% 순으로 많았다.
호국의 달 6월이 아니더라도 참전국에 대한 고마운 마음으로
국기 하나하나를 다시 올려다보게 된다.
지금이야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발전했지만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이주민이나 노동자를 무시하고 차별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우리가 어려울 때 그들은 피 흘려가며 우리를
위해 싸워준 고마운 나라였다.
진포 해양테마공원 곁에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이 있다.
이곳도 근대역사의 아픈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라고 했다.
일본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지만 우리에게는 더욱 해당되는 말이다.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망언을 하는 일본을 영원히 이기기 위해서는
한시도 과거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군산 근대화 거리를 돌다보니, 2013년 개봉한 한석규, 심은하가 출연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무대인 초원사진관 앞을 지나게 되었다.
젊은 여성 4명이 열심히 재미있는 동작으로 동영상을 찍고 있다.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한참 동안 동영상 찍는 것에 몰두해 있을 때
"차를 주차해야 하니 카메라 치워달라"는 요청에 의해 상황은 종료되었다.
잠시나마 즐겁게 구경하였다. 젊음이 최고니 좋은 추억거리 많이 만드시길...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이 지은 일본 사찰 동국사가 있다.
이곳에도 평화의 소녀상이 동국사를 쳐다보며 서 있었다.
그저 답답한 심정이다. 우리 근대역사의 대부분이 일본에게
무참히 당한 아픈 흔적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왜곡하여 교육시키고 선민사상에 빠져 있는 저들에게서
진심 어린 용서는 영영 받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들을 능가하는 힘을 키우는 게 우리를 지키는 최선의 방책이다.
군산 근대화거리를 한 바퀴 돌아보고, 586세대의 옛 추억을 되새겨 볼 수
있다는 경암동 철길로 발길을 돌렸다. 이마트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도로만 건너면 경앙동 철길 마을이다.
폐선된 철길 양편으로 1960년대 추억의 상품들을 파는 가게들로 차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이다.
못난이 3형제 인형, 연탄불위에서 국자 뽑기, 쫀득이 등 불량식품, 교련복 및
옛날 교복 입어보기 등을 할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이 옛 교복 및 교련복 입고 돌아다니며 사진 찍는 놀이인 것
같다. 중년은 물론이고 젊은 세대들도 옛 교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이 예쁘다.
1968년 1월 21일 북한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서울로
침투한 김신조 사태 이후 생겨난 것이 예비군 창설과 교련과목이었다.
50대 이후 사람들은 고교시절 교련복 입고 군사훈련받았던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다음으로 완주 송광사 연꽃을 보러 갈려고 했으나 아직 개화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초 계획은 송광사를 거쳐 해질 무렵의 만경강 풍경을 보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이
만경강 폐철교 위에 있는 비비정 예술열차로 바로 가야겠다.
완주 송광사를 가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은 부여 궁남지까지 갈 수 있었다.
가는 도중 논산 옥녀봉에 올라 금강을 조망해 본다. 아름다운 금강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궁원지인 부여 궁남지에 도착해 보니
여기도 연꽃이 이제 조금 개화하기 시작한다.
넓은 연꽃단지와 호수를 둘러보고 인근 숙소를 검색하여 예약을 한다.
주말인지 아고다 검색 숙소가 전일보다 비싸졌다.
백제의 제30대 왕인 무왕의 왕자 시절, 서동왕자와 선화공주의
아름다운 전설이 서려 있는 궁남지를 오늘 보았으나,
내일은 무왕의 아들이자 백제의 마지막 왕이 되어버린 의자왕의
이야기가 서려있는 낙화암과 고란사를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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