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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사과 적과 작업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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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아닌 내가 농촌 인력지원 활동으로 

5월 한 달간 사과 적과 작업을 하였다.

회사 다닐 때 봉사활동으로 사과 따기 작업은 몇 번 해본 적 있지만

적과작업은 처음 하는 것이다.

적과 작업은 무수히 많은 사과꽃이나 수정이 되어 열매가 된 것 중

가장 견실한 것을 나뭇가지 마다 한두 개만 남기고 나머지를 제거해

주는 작업을 말한다.

이렇게 해야만 열매가 제대로 성장해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높은 사다리를 오르내리면서 작업해야 하므로 처음 며칠은 힘이 들었다.

삼일을 지나니 몸은 많이 적응되나, 날씨에 따라 힘이 드는 정도의 차이가

크다. 덥고 바람까지 없으면 쉽게 지치게 된다. 더운 날씨에도 농부들은

거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 나는 생수병을 끼고 다니며 마셔도 갈증이 난다.

열매를 제거할 때는 손으로 하는 방법과 가위로 하는 방법이 있으나

장단점이 있다. 수많은 열매를 제거하면서 '이들 열매 중 최종 수확되는

열매는 몇 개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보통 사과꽃 5개 정도가 한 다발로 피기 때문에 수정이 되면 아래와

같이 5개의 열매가 한 묶음으로 붙어 있다.

한 묶음의 열매 중 가장 좋은 열매 하나를 남기고 제거한다.

대부분 가운데 열매가 가장 좋다. 적과작업을 하면서 괜히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인간도 자식이나 사회 조직의 구성원 중 가장 좋은 한 사람을 위해

나머지는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것은  적과작업으로

남은 하나의 사과 열매와 같지 않을까? 

'자식 많으면 뭐 하누!'라고 말하는 어느 노인네의 푸념 소리 같다.

사과 꽃이 피어 수정된 열매 중 최종 몇 개가 남아 수확할까?

비 전문가 생각으로 계산해보니, 

한 가지당 몇 개의 묶음이 있으나 보통 1~2개 또는 많게는 3개까지만

남기고 나머지는 제거하니 60% 이상의 묶음이 제거된다.

남아 있는 묶음 다발에서 한 묶음 5개 열매 중 4개를 제거하니 80%가

또 제거되는 되는 것이다.

추가로 나뭇가지 아래쪽에 붙은 열매, 기둥에 붙은 열매, 가지 등에 붙어

하늘을 향한 열매, 상처 난 열매, 뺀질이 열매, 꼭지가 짧아 가지에

바짝 붙은 열매, 형태가 기형인 열매 등도 불량이 되기 때문에 제거된다.

아래 사진과 같이 기형으로 생긴 것을 코끼리 열매라고 한다.

가지 끝에 있는 새 부리처럼 길쭉하게 생긴 것도 제거 대상이다.

기형으로 생긴 열매

적과 작업을 잘하고 열매가 무럭무럭 자라다 가도, 이상 기온, 태풍,

병충해 등으로 수많은 열매가 또 떨어져 나간다.

수확 직전 가을 햇살을 골고루 받아 사과가 전체적으로 붉은 색상을

띄도록 잎 제거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낙과가 생기고, 그때쯤이면

맛있는 사과만 골라 쪼아되는 새로 인해 못쓰게 되는 사과도 많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최초 수정된 열매 중 5%도 수확하지

못할 것 같다.

 

사과 적과 작업을 하다 보면 무성한 가지와 잎 때문에 열매가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도장지를 제거해 주면 나무에게도 좋고 시야 확보도

잘되어 접과 작업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도장지란 나뭇가지 등 부분에서 하늘을 보고 뻗은 가지를 말한다.

도장지에는 열매도 잘 열리지 않지만 열려도 제대로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잘라버려야 하는 전지작업의 최우선 대상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하늘을 향해 뻗은 가느다란 가지를 볼 수 있다.

도장지

도장지를 제거하면서 또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사회조직에서도 톡톡 튀는 사람이 있다.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나무의 도장지처럼 어떤 상황에서는 제거 대상이

될 수 있다. 때문에 거대한 조직을 가진 대기업, 공무원과 같은

사회에서는 누구나 도장지처럼 행동하는 것을 제일 경계하고 있다.

출중한 능력과 도전정신,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도장지가 되지

않는 게 상책이 아닐까?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욕하는 사람도 속으로는 본인은 절대 도장지가

되지 않으려고 할 것 같다.

적과 작업을 하면서 쓸데없는 생각을 해 보지만, 맑은 공기 마시며

아름다운 찔레꽃과 위태롭기만 한 사과나무 속 둥지에 남은 새알을

안쓰러운 마음으로 보면서 신록의 계절 5월을 보내다.

농약 살포나 주인 눈에 띄기 전에 부화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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