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30 (토)
걷는 것만큼 좋은 게 있을까? 한창 때는 등산, 테니스도 좋아했고,
얼마 전에는 스쿼시도 해 보았다.
헬스장을 다닌 적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무엇하나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오십견이 와서 그만두고, 허리가 아파서 또 그만두게 되고
근무지가 바뀌게 되어 또 그만두게 되는 등등의 이유로 단절이
되곤 한 것이다.
특히, 나이 들어 스쿼시 같은 과격한 운동을 할 때는 무리를
하지 말아야 함에도 땀 흘리며 코트를 정신없이 뛸수록 더욱
상쾌함을 느끼는 중독성에 빠져 일 년이 안되어 회전근계가
문제가 생겨 또 그만두게 되었다.
흔히, 운동도 돈 주고 하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일단은 체육관에 등록을 해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집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용기이다.
일 년씩 회원권을 끊고서도 몇 달을 못 다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유 불문하고 집 밖으로 나서면 체육관을 가든지, 산으로 가든지,
길을 걷든지 하게 되어 있다.
10여 년 전, 서울 강변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포스코 상록타워에서
몇 년을 산 적이 있었다. 당시 회사 업무 및 분위기는 지금도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했다. 뜬구름 잡는 일로 아침 7시에 집을 나서면
거의 매일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는 짓을 3년 넘게 했으니
심신이 극도로 지쳤다.
그럼에도 주말 등 쉬는 날이면 근처 아차산 및 강변로를 따라
하루 종일 걸어 다녔다. 간혹 서울 근교 소요산, 남한산성 등으로도 나가 보지만,
아차산에 대한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주중 누적된 피로를 집 밖으로 나가 걸음으로써 말끔하게 풀 수 있었고,
복잡한 생각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차산외에도 한강변을 따라 걷는 것도 좋았고 서울은 걷기 좋은 곳이
워낙 많아 일 년 내내 돌아다녀도 지겹지가 않았다.
게다가 지하철만 타면 어디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서울이 가진 장점이다.
서울생활, 그때는 걸음으로써 지친 심신을 치유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하면 포항은 바다를 끼고 있지만, 50만 인구가 사는 작은 도시라
서울과 비교할 바는 못된다. 30년 넘게 이곳에서 살다 보니 안 가본 곳이 없고
같은 장소를 지겹도록 가다 보니 '내일은 어디로 가볼까?'가 고민거리이다.
더구나 시내만 벗어나면 지방도로 특성상 인도는 당연히 없고 노견도 좁아
매우 위험하다. 특히 트럭 등이 전력 질주하는 도로를 따라 조금만 걸으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우리나라 많은 운전자는 사람에게 양보하지 않는다. '사람보다 차가 먼저'이다.
자전거 라이딩을 할 때는 안전한 곳만 찾아다녀야 하니 더욱 제한적이다.
영화배우 하정우 씨도 걷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도 나와 있다. 그는 비행기를 타러 갈 때도 강남에서 김포공항까지 걸어서 가고
하루에 3만 보, 가끔은 십만 보도 걷는다고 한다.
3만 보, 더구나 십만보.. 상상이 잘 안 된다.
오늘은 포항 철길 숲을 걸어 보기로 했다. 포항 철길 숲은 효자역에서 (구)포항역을
거쳐 우현동 포항여자중학교 직전까지의 철길을 폐쇄하고 걷기 좋은 철길 숲으로
조성한 코스이다.
철길숲 총길이는 6.3Km이나 집까지 걸어오니 15.3 Km를 걸었고 20,418보라고
휴대폰에서 정보를 알려준다.
오래전부터 혈압약을 먹고 있는 나의 건강에 대한 기준은 단순하다.
'두 다리에 이상이 생겨 걷지 못하면 끝이다'는 생각이다. 혈압약은 계속 먹으면
되지만 걷지 못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더구나, 퇴직 후에는 최소 일 년에 2번은 장기 해외 배낭여행을 계획하고 있으므로
해야 하므로 두 다리를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쉬운 방법은
꾸준히 걷는 것이 최고라 믿는다.
해외 배낭여행 때는 하루 종일 걷고 돌아다녀야 하므로 다리가 가장 중요하다.
많이 걸으면 그만큼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 해를 넘기기 전에 연명치료 사전 거부 의향서에 동의하기로 마음먹었으니
다음 주중 하루는 의료보험공단 가는 방향으로 잡아야겠다.
- 지하에서 솟아나는 천연가스 매장량이 상업성이 낮아
상시 불이 피어오르는 불의 정원으로 조성
- 철길 숲 옆 덕수공원 내 있는 충혼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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