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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로마 보르게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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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31 (화)    여행 27일째

콜로세오 메트로역에서 Termini 메트로역으로 가면 보르게세 미술관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한 달 전 예약할 때 

오전 것은 매진되어 12시 입장권을 예약했다.  때문에 보르게세 미술관에 도착해도 2시간이 남았다.  키 큰 소나무와

향나무가 주종을 이룬 넓은 보르게세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지만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는다. 도보로 25분이면 갈 수 있는

스페인 광장을 다녀와도 충분한 시간이다.  

 

광장에 17세기 교황청 소속의 스페인 대사관이 있어 스페인 광장으로 불리고 있다.  하얀 대리석 계단과 계단 입구에 있는

배 모양의 분수대가 인상적이었다.   분수는 로마를 관통하는 테베레 강 따라 와인을 운반하던 배모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16세기의 작품이다.

광장의 대리석 계단은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앤 공주 역할로 나온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으로 더욱 관심을 받게 된 곳이다.  영화는 특종을 찾아다니는 신문기자역인 그레고리 펙과의 로맨스 영화로 1953년

제작된 흑백영화이다.  국내에서도 몇 번 TV에서 방영되었기에 우리에게도 익숙한 영화다.  

벨기에 출신의 오드리 헵번은 1993년 향년 63세로, 그레고리 펙 역시 2003년 향년 87세로 사망했다. 세기의  미녀, 미남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우리 역시 그러할진대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 아니겠는가.

스페인 광장 거리는 명품매장들까지 많아 항상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스페인 광장옆에 영화관과 탑이 있었다.  탑에 적혀있는 문구를 보니 '은혜로 가득하다.  성모 마리아' 등이다. 

탑 꼭대기에 성모 마리아상이 있고 밑에는 가시관을 쓴 예수가 있었다.

보르게세 공원 입구에는 로마 시대 것으로 보이는 성벽의 일부가 남아 있다.   로마 시내를 걷다 보면 옛 흔적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보르게세 미술관을 입장할 때는 휴대폰만 허용되고 나머지 물건은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

조각상들이 많아 이탈리아 예술가들의 대리석 다루는 섬세한 솜씨를 원없이 볼 수 있다.  미술관에 들어가면 처음 보게

되는 조각상이 프로세피나의 강탈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큐피터의 화살을 맞은 지하의 신 하데스는 프로세피나에게 

사랑에 빠져 그녀를 납치해서 지하 세계로 데려가 자신의 아내로 삼는다는 내용이다. 

Rape of Proserpina
아쉽게도 이 조각상의 제목을 보지 못했다.

 

아폴로와 다프네 조각상이다.  아폴로가 규피터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자, 큐피터는 복수를 맹세한다.  누구든지 화살을

맞는 순간 처음 본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게 하는 화살을 아폴로에게 쏘고, 반대로 화살을 맞는 순간 상대방에게 겁먹고

도망가게 하는 화살을 요정인 다프네에게 쏘게 된다.  그 결과, 아폴로는 다프네에게 사랑에 푹 빠졌고 반대로 다프네는

겁먹고 도망가는 장면을 표현한 것이다.  원래부터 큐피터는 심통쟁이 악동이다. 큐피터의 화살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인간도 심각한 짝사랑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불행을 맞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스토킹은 심각한 범죄다.

아폴로와 다프네

조각상을 보고 천정을 바라보니 천정에 아폴로와 다프네의 이야기를 명확하게 그려 놓았다. 

 

목동인 다비드(다윗)가 돌팔매끈을 잡고 적장 골리앗이 오기를 결연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다비드 상이다.

다비드가 골리앗의 머리에 돌을 맞혀 기절시킨 뒤, 골리앗의 머리를 칼로 잘라 들고 있는 그림도 보였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은 아닐지라도 잘 만든 것 같다.  

다비드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비드

 

유일하게 보이는 검은 대리석과 흰색 대리석을 접합한 조각상이다.

전시실 천정 그림은 그리스, 로마 신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림의 제목을 보진 못했지만 아기와 뱀 내용을 유추해 보면 헤라클레스 이야기인 것 같다.  제우스가 바람피워 낳은 

아이를 헤라가 죽이려 뱀을 보냈으나, 도리어 아기가 뱀을 죽인다는 그리스 신화 이야기 같다.

천정화를 쳐다보는 사람은 목이 아프지만 화가는 누워서 그렸을 테니 힘들었겠다.   그림 가운데 제우스가 있고

전쟁의 신 아레스와 월계수 잎을 쓴 다프네, 미의 여신 비너스 등이 보인다.

 

그림 왼편, 손에 번개를 쥘 수 있는 신은 제우스뿐이고 그림 가운데 태양도 그려져 있다.  그렇다면 그리스 신화 내용 중

태양마차를 통제하지 못하여 말들이 날뛰면서 대지에 엄청난 피해를 주게 한 파에톤에게 제우스가 번개를 던져 죽게

한다는 내용 같다.  이 신화에서 파에톤 콤플렉스라는 말이 생겼다. 파에톤 콤플렉스는 성공한 아버지 밑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아들이 자신의 능력 이상의 성취를 추구하다 실패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대로 살아가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패키지 여행하면 될 것을 고생한다고 말한다.  패키지여행을 하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혼자서 여행해야

자신만의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  원래 여행이란 말의 근원은 고생이다.   크고 작은 고생 없는 여행은 추억거리가 적다.

 

그림의 제목을 보니 쥬피터와 주노라고 되어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와 헤라가 부부이지만, 로마 신화에서는

쥬피터와 주노가 부부이다.  

 

아래 그림은 다이애나 사냥이라고 되어 있다. 그림 속 가운데 머리에 달 문양을 머리에 쓰고 서 있는 여인이 사냥의 여신

다이애나이다.   제우스가 딸인 다이애나에게 원하는 것을 묻자, 사냥할 수 있는 활과 화살 및 영원한 순결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다이애나는 결혼을 하지 않고 많은 남자 신들로부터 성적 공격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다이애나 콤플렉스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다이애나 콤플렉스는 남성과 동등한 사회적 위치를 지향하는 여성의 심리를 일컫는 말이다.

또한, 영미권에서는 여자 이름 중 가장 흔한 이름이 다이애나라고 한다.

아래 그림도 그리스 신화내용이다. 삼지창을 든 바다의 신 포세이돈, 활과 화살통을 맨 사냥의 여신 다이애나,  전쟁의 신

아레스 등이 보인다.  보르게세 미술관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 내용이 많으니 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흥미롭게 볼 수 있다.

 

아래 그림은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된 불화의 사과 그림이다.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 전쟁과 지혜의 신 아테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세 여신이 황금 사과를 놓고 미의  경쟁을 하자, 제우스는 목동으로 지내고 있는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심판을 맡도록 넘겨 버린다. 

파리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주겠다는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주었고, 그 결과로 파리스는 스파르타 

메넬라오스 왕의 아내인 헬렌을 납치함으로써 트로이 전쟁이 일어난다는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의

내용이다.

 

12시에 입장해서 두 시간 넘게 보고 나오니 배가 고프다.  레스토랑을 찾아가다 바지 호주머니를 보니 지퍼가 열려있고

가지고 있던 160유로가 없다.  또 털렸다.  그렇게 조심하고 조심했건만.... 또 빈털터리 신세가 됐다.  다행히 체크카드는

훔쳐가지 않아서 모래 귀국할 때까지 버티면 된다... 징글징글한 스페인, 이탈리아 여행의 악몽이다. 

배 고픔이 뚝 멈춘다. 그냥 숙소로 빨리 가고 싶어 발걸음만 부지런히 움직인다.  도중에  산타 마리아 마조래 대성전을

지나게 되나  들어가기도 싫어졌다.   숙소 앞에서 피자 한 판과 맥주 두 병을 사서 속 쓰림을 달래며 "내일 하루만 잘 보내자"라고 위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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