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0 (월) 여행 24일째
셀추크에서 차낙칼레로 가는 버스 편은 오전에 한번(10시 30분) , 오후에 2번뿐이다.
10시 30분 버스를 타기 위해 숙소 앞 공원을 지나다 보니 그동안 더웠던 날씨도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고 조금씩 가을 분위기가 난다.
셀추크 버스터미널은 규모가 작다. 대부분 돌무쉬 차량만 있는데 장거리 버스가
간간이 들어온다. 1인승 배달 차량이 보인다. 한적한 도시에서는 유용할 것 같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구두 닦는 아저씨가 자꾸 신발을 닦으라고 한다.
무슨 액체인지는 모르겠지만 흔들며 운동화인데도 닦아준다고 한다.
사진 한번 찍자고 하니 포즈까지 취해준다.
차낙칼레까지는 꼬박 7시간을 가야 한다. 숙소에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나왔지만
저녁에 도착할 것을 감안해서 차 안에서 먹을 빵과 오렌지주스를 사서 챙긴다.
차낙칼레 가는 오전 버스는 파묵칼레 회사 버스뿐이다. 요금은 305 터키리라(24,000원)이다.
출발한 지 2시간쯤 되어 이즈미르 터미널에서 30분간 정차를 한다.
점심시간이 되어서 인지 충분한 시간을 준다. 이즈미르 터미널은 규모가
꽤나 크다. 다른 도시에서도 간혹 보이는 홍합을 팔고 있다.
한번 맛 보고 싶으나 혹시 먹고 탈이 날까 싶어 포기했다. 초밥처럼 밥 위에
홍합을 얹은 것은 개당 4리라(300원), 홍합만은 개당 3리라(230원)인데
레몬즙을 뿌려 먹는다.
차 안에서 바라보니 젊은 여자 2명이 5분 넘게 끌어안고 눈물도 흘리고
키스도 하며 이별을 아쉬워한다. 차가 출발하자 생수병의 물을 뿌리는 특이한
행동까지 한다. 잘 가라고 축원을 해 주는 것일까? 동성애자인 것 같다.
차낙칼레까지 오는 도중 몇 번 정류소에 들린다. 그때가 되면 모두 내려
남녀 할 것 없이 담배 한 대 피우고 타는 것이 흔한 풍경이다.
파묵칼레를 떠나 보드룸, 셀추크, 차낙칼레 올 때까지는 헌병의 검문이
없었다. 아나토리아 고원지대를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치안이 우려되는
지역이지만 서쪽은 그만큼 안전하다는 의미로 봐야 할 것 같다.
5시간 넘게 오자 드디어 마르마라 해(Sea of Marmara)와 에게 해(Aegean Sea)가
만나는 다르다넬스 해협(Dardanelles)이 보인다.
차낙칼레 오토가르는 시내 중심지에서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다.
터미널 규모도 작다. 돌무쉬를 타면 페리 항구 및 시계탑이 있는 시내 중심까지
갈 수 있다. 여기서도 교통카드가 필요한데 돌무쉬 기사에게 돈을 주면 즉석에서
교통카드를 발급해 준다. 20리라를 주니 카드값 4리라, 1회 요금 8리라를 빼고
교통카드와 잔돈 8리라를 돌려준다.
차낙칼레는 다르다넬스 해협의 아시아 쪽 연안에 위치한 인구 10만 명이 조금 넘는
작은 항구도시이다. 그럼에도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로 인하여
고대부터 수많은 사건이 있었던 곳이다.
트로이를 공략한 미케네의 아가멤논의 군대, 동방정복을 향한 알렉산드로스의 군대,
그리스를 정복을 위한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1세의 군대 등이 이곳을 지나면서
동과 서의 역사를 바꾸어 왔다.
차낙칼레 페리 부두 근처가 중심가이며 번화가이다. 숙소를 여기에 잡으면 도보로
구경을 다 할 수 있고 페리를 타고 섬 여행도 편하게 할 수 있다.
환전소가 보여 1유로에 17.5 터키 리라로 환전을 했다. (2022.10.10 기준)
부둣가에는 브레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트로이’에서 사용했던 목마가 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를 보면, 트로이 전쟁에 많은 신과 영웅이 등장한다.
제우스와 바다의 여신 테티스, 테티스와 인간 영웅 펠리우스의 결혼, 결혼식장에
불화의 여신이 던진 황금사과에 새겨진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문구로 인한
여신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 간의 미의 경쟁이 유발된다.
제우스가 심판관으로 지명한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아프로디테의 조건을 받아들여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비극의 트로이 전쟁의 서막이 열린다.
아프로디테가 알려준 미녀인 스파르타 메넬라오스 왕의 부인 헬레네를 납치한 파리스 왕자,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의 활약과 오디세우스의 지략인 트로이 목마 작전으로
그리스 연합군이 승리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목마 앞에 서니 스쳐 지나간다..
"역사는 전설이 되고, 전설은 신화가 된다."라고 어느 역사학자가 말했다.
역사적 진실은 지중해 해상 무역권을 두고 그리스가 트로이를 공격한 것인데,
신화 같은 트로이 전쟁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트로이 목마는 역사가 신화가 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소품이었다.
트로이 목마 뒤편으로 시청(?)으로 보이는 건물 앞 동상에 쓰여 있는 글자를 해석해 보니
'1915 차낙칼레 포기하지 마'라고 되어 있다.
튀르키예의 초대 대통령인 아타튀르크 대령이 1차 세계대전 때 차나칼레 전투에서
승리한 1915년 3월 18일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트로이 목마에서 시계탑까지는 걸어서 10분이면 간다.
시계탑 주변 일대는 인파로 넘치고 있다.
주변을 돌아보다 쌀밥에 닭고기 얹은 사진이 보이는 식당이 있다.
튀르키예 와서 먹은 밥 중 가장 우리나라 밥맛과 가장 비슷했다.
트로이 목마 근처 구운 옥수수 파는 곳이 있어 다시 그곳으로 갔다.
워낙 작은 도시이니 몇 바퀴를 돌아도 부담이 안된다.
바람이 차가워 기침이 나오기 시작한다. 호텔로 돌아오니 데스크 직원이
밥과 닭고기, 야채 등이 있는 저녁을 줄 테니 가자고 한다. 금방 저녁 먹고
왔다고 해도 또 가자고 한다. 호텔 식당에서 헝가리 단체 관광객이 식사를
하고 있으니 합석해도 된다며 나를 데리고 간다.
춤추던 아주머니 한 분이 오셔서 독한 불가리아 위스키를 종이 잔에 한잔
가득 따라준다. 덕분에 야채하고 닭고기 실컷 먹었다.
종일 버스 타고 와서 편안하게 숙소에 짐을 풀고 나니, 저녁 시간이 여유로운 하루이다.
내일은 페리 타고 섬으로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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