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1 (화) 여행 25일째
차낙칼레 페리항에서 배를 타면 10분이면 건너편에 있는 킬리트바히르에
갈 수 있다. 페리항에서 어쩌다 보니 박물관 직원을 만나게 되었다.
가이드를 하겠다며 얼마나 열심히 설명하며 호의를 베푸는지 부담스러워
배에서 내리자마자 내 갈길을 재촉해야 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킬리트바히르로 가는 페리호 승객 중에서 내가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페리호에서 보니 앞 섬에 새겨진 글자가 선명히 보인다. 무슨 뜻인지를 묻자
박물관 직원이 하는 말이 "여행자여! STOP ! THINK!'라고 한다.
그리고 섬이 아니라고 한다. 이스탄불과 연결된 반도(Peninsula)라고 한다.
배 타고 가는 것만 생각하고 바보 같은 말을 한 셈이다. 킬리트바히르는
해협만 건너면 유럽이라는 큰 땅덩어리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깜박했다.
박물관내 킬리바히르 성채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하늘에서 보면
내성의 형태가 클로버 안에 심장이 있는 모습이다.
최초의 성채는 1461~1464년 '정복자 술탄 메흐메트' 기간에 건립되었다.
압둘 하미드 2세 기간 중 나마즈가 요새와 강화된 벽과 문을 추가 설치하여
요새가 최종 완성되었으나, 이후 1766년 및 1809년의 두 차례 지진으로
파괴되었으며 복구과정을 거쳐 현재와 가장 유사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성채 옆 해안을 따라 자리 잡고 있는 나마즈가 요새가 있는 한, 어느 군대라도
좁은 다르다넬스 해협을 통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차낙칼레는 1차 세계대전 때, 터키군이 막강한 영국 연합군을 맞아 오십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고 승리한 최대 격적지이기도 하다. 당시 영국 해군장관 처칠은 이 전투에서
패해 사임했고,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대령은 나중에
터키의 초대 대통령이 된다. 1차 세계대전 때 차나칼레 전투에서 승리한 1915년 3월 18일을
튀르키예인은 굉장한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다.
나마즈가 요새를 지나 한참을 가니 고교생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단체로 여행을 왔다. 동양인인 나를 보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붙어서 말을
시키는지 혼을 쏙 빼놓는다. 문제는 학생들이 영어를 너무 몰라서 대화는
불가했지만 BTS와 강남스타일로 만사형통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서로
사진 찍자고 난리 법석이다. 60대 나이가 무색하게 여기서 이렇게 인기가
있을 줄 생각도 못했다. 20여분 동안 따라다니면서 나를 못살게 굴었다고 해야 하나?
좌우간 굉장히 재미있고 쾌활한 학생들이었다. 사진 찍어달라는 학생들 사진은
메일로 보내주었다.
타고 온 버스에 부착된 포스터 내용을 번역기를 돌려보니 '사힌베이 시. 베테랑의 땅에서
순교자의 땅으로. 방문 재개'라고 쓰여 있다. 145.227에 대해서는 영어로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학생들(?) 등살 때문에 더 이상 머물지 못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되돌아 나오다 보니 산 정상 쪽으로 이정표가 있다. 무슨 내용인 줄도 모르고 정상까지
힘들게 올라가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시원하게 보이는 전경은 일품이다.
아래 사진상 화물선이 다르다넬스 해협을 지나 이스탄불로 가는 보스포루스 해협 쪽으로
운행하고 있다.
아래 사진들을 보면 킬리트바히르 성과 요새가 얼마나 중요한 길목을 지키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이곳 차낙칼레가 역사적으로 주인이 몇 번 바뀌게 되는 운명을
지닌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그러하듯이...
산에서 내려올 때는 빠른 길이 보여 쉽게 마을까지 내려왔다.
인기척 없는 마을 길 따라가다 보니 소공원에서 과일을 팔고 있다.
생선을 굽고 있는 조그만 식당이 보여 생선구이로 점심을 한다.
작은 고등어인데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90 터키리라 , 7천 원)
해안가에는 낚시꾼들이 몇 명 있다. 잡은 고기를 보니 손바닥만 한 망상어이다.
바람이 거세어지고 파도가 높아진다. 쓰고 있는 모자가 날아갈 판이다.
불안한 마음에 급히 배를 타고 건너야겠다고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점심 먹으러 동네로 왔는지 박물관 직원을 또 만났다.
자기 박물관에 가자고 하며 차를 오라고 전화하겠단다. 날씨 핑계 등을
대면서 겨우 빠져나와 신속히 배에 올랐다. 너무 친절한 호의가 부담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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