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6 (수)
보길도를 가기 위해 완도 화흥포항에서 6시 40분 첫 출항하는 카페리에 차를 태워
노화 동천항에서 내렸다. 운임은 편도 기준 여객 6,500원, 차량 18,000원이다.
노화 동천항까지는 35분 소요되며, 보길도는 차를 가져가야 돌아보기 편하다.
(화흥포항에서 노화 동천항 가는 중)
완도 앞바다는 온통 양식장이며 보길도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지역 특산품이 전복과 다시마라고 하니 이들을 재배하는 양식장일 것 같다.
넓게 펼쳐진 양식장 바다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만들어 주는 장면이 일품이다.
(보길도)
동천항에서 곧장 차를 몰아 보길대교를 건너 윤선도 원림. 부용동 정원으로 향한다.
고산 윤선도가 병자호란 때 왕이 항복했다는 소식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제주도로
향하다 보길도의 자연경관에 반해 13년간 머문 곳이다.
윤선도의 부용동 정원은 세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공들여 꾸민 세연정,
휴식과 독서를 위한 가장 높은 곳에 지은 동천석실, 서실을 갖춘 살림집으로
낙서재가 있다.
세연정에 도착하니 이른 시간이라 문이 닫혀 있다. 9시가 되어야 입장이 된다.
세연정의 진면목은 보지 못하고 담장 너머로만 보고 동천석실로 이동하였다.
세연정에서 차로 2분 거리에 동천석실로 가는 길이 있다.
도로에서 산 중턱에 있는 동천석실까지는 15분이면 올라간다.
동천석실에서 내려오다 연세가 든 현지인을 만났는데 이곳에 대한 설명을 해 주시겠다며
10분 이상 윤선도와 관련된 이야기를 늘어놓으신다. 차마 도중에 말을 자르지 못해 겨우
화제를 돌려 끝이 났다. 노인분 말에 의하면 이곳이 황칠나무의 주산지이며 검붉은색이 나는
옺칠은 천년을 가지만 황칠은 황금색으로 만년이 간다고 하시며 중국 자금성의 금색 도료가
황칠이라고 하신다. 몇 해 전 조경교육받을 때 들은 이야기로는 스텔스기 도료에도 황칠나무가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황칠나무를 삶아 먹으면 숙취해소 등에도 좋으니 사가라고 하신다.
동천석실 주차장 부근부터 낙서재가는 길에는 온통 황칠나무를 재배하고 있었다.
동천석실에서 낙서재로 가다 보면 곡수당을 먼저 만난다.
곡수당은 윤선도의 아들 윤학관이 거주하며 휴식을 취하기 위해 조성한 곳이다.
곡수당 위쪽에 위치한 낙서재는 윤선도가 85세 이곳에서 죽을 때까지 일곱 차례나 부용동을
드나들면서 생활한 살림 공간이다. 윤선도가 조성한 부용동 정원을 보면 엄청난 부와 재물을
지닌 세도가였음을 알 수 있다. 낙서재 앞에 있는 거북형상의 돌, 귀암은 달맞이하던 장소였고
이 바위의 발견으로 낙서재 원형복원에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고 한다.
낙서재에서 다시 세연정으로 갔으나 여전히 문이 닫혀있어 송시열 글씐바위로 향했다.
보길도는 작은 섬이 아니어서 차 없이는 돌아다닐 수가 없다. 규모가 크지 않은
중리해수욕장은 송시열 글씐바위 가는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송시열 글씐바위는 숙종 14년 (1688년), 희빈 장씨가 왕자를 출산하자, 이듬해 숙종이
서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원자로 책봉하자 이를 반대한 송시열이 제주도로 귀양을 가다
백도 부근에서 풍랑을 만나 며칠을 머물면서 이 시를 지어 자신의 심경을 읊었다고 한다.
그 해 6월 국문을 받기 위해 올라가던 중 정읍에서 사약을 받고 83세의 나이로 죽었다.
새겨 놓은 글씨는 알아보기 어려우나 내용인즉 다음과 같다.
- 여든셋 늙은 몸이 멀고 찬 바다 한가운데 있구나
한마디 말이 무슨 큰 죄이기에 세 번이나 쫓겨나니 역시 궁하다
북녘의 상감님을 우러르며 남녘바다 바람 잦기만 기다리네
이 담비 갖옷 내리신 옛 은혜에 감격하여 외로이 흐느껴 우네
글씐바위 주변 바다도 온통 양식장으로 조성되어 있다. 다음으로 예송리 해수욕장으로
차를 몰았다. 예송리 해수욕장은 모래가 아닌 자갈밭 해변이지만 해변 따라 조성된
상록수림이 있어 운치 있는 곳이다.
마지막 탐방지인 보옥리 공룡알 해변으로 가다 보면 망끝전망대를 지나게 된다.
망망한 바다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지만
짙은 해무로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날씨만 좋으면 추자도까지 볼 수 있는 모양이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팔각정에서 준비해 온 음식으로 점심을 먹고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본다. 포항에서 매일 보는 동해 바다와는 다른 느낌이다.
아기자기한 섬들은 안 보여도 해무로 덮인 바다가 더없이 포근해 보인다.
'망끝' 명칭은 한라산 산신이 지리산 산신의 초청을 받고 가던 중 보길도 산봉우리에
걸쳐진 달 모습에 취했다는 망월봉이 있는데, 전망대가 위치한 이곳은 망월봉의
끝부분이라 '망끝'이라고 한다.
보옥리 공룡알 해변은 보옥리 마을에 차를 세워두고 100여 미터를 걸어 들어가야 한다.
해변 돌들을 보면 왜 '공룡알 해변'이라 부르는지 알 수 있다.
조용하고 경치 좋은 이곳 공룡알 해변에서 야영을 할 생각이었으나, 오늘 밤 기온이
3도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여전히 바람도 세게 불고 있어 야영을 포기하고 산양진항으로
가서 진도로 나가기로 한다.
보길도 산양진항에서 13시 30분 진도 땅끝항으로 가는 카페리호를 탔다.
올봄 날씨는 작년보다 변덕스럽다. 날씨만 좋았으면 하루 더 머물면서
공룡알 해변에서 예송리까지 둘레길을 걸어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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