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경주 남산 - 용장사지 및 칠불암

728x90

2021.12.15 (수)

오랫동안 경주 남산을 잊고 지내다

우연히 유흥준 교수의 강의 내용을 듣고

경주 남산을 다시 가보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경주 남산을 마지막으로 가 본지도

15년은 족히 흘렀지 싶다.

한창 때는 수시로 다니던 곳이었는데..

오늘은 용장마을에서 출발해서 용장사지 삼층석탑을 보고

금오산 정상을 거쳐 칠불암까지 돌아보기로 한다.

용장마을에 도착하니 9시경이다.

오늘도 겨울치곤 날씨가 좋다지만 아침은 싸늘하다.

마을 주차장에 서있는 차량들은 밤새 영하의 기온 탓으로

서리가 하얗게 덮여있다.

용장골 초입의 출렁다리에 도착했으나 등산객은 아무도 없다.

요즘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아 등산용 지팡이 없이는 산행이 불가하다.

모든 산이 그러하듯이 경주 남산도 쉽게 보면 안 된다.

높이 500m가 되지 않은 산이지만 화강암의 암벽이 많아

조심해야 한다.

 

용장골의 화강암

설잠교를 건너면 신라시대 용장사가 있었다는 용장사지로 갈 수 있다.

설잠교

설잠교는 조선초(1465~1470) 학자였던 매월당 김시습의 법호를 따서 

설잠교라고 이름 붙였다. 

김시습은 단종에 대한 변함없는 충절로 속세를 떠나 용장사에 머물면서

금오산실을 짓고 많은 시와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지었다. 

용장계곡의 돌확

'용장계곡의 돌확'이라는 안내판은 있으나 용도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곳에서 용장사지까지는 제법 급한 경사길을 올라야 한다.

용장사지 가는 길

조릿대 및 산죽 군락을 지나 오르면 조그만 평지에 도달한다.

지금 기온은 섭씨 6도쯤 되나 경사길을 오르느라 제법 땀이 많이 난다. 

용장사지 석조여래좌상
용장사지 석조여래좌상

보물 제187호인 용장사지 석조여래좌상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형태로

자연 암반 위에 원반모양의 돌을 층층이 쌓아 올린 형태이다.

아쉽게도 불상의 머리가 없다.

용장사지 마애여래좌상
용장사지 마애여래좌상

석조여래좌상이 얹혀 있는 돌탑 뒤편 바위 면에는  

온화한 미소를 지닌 마애여래좌상이 새겨져 있다.

마애여래좌상 오른편으로 용장사지 삼층석탑으로 올라가는 

안전한 길이 있으나 잘 보이지 않았다.

왼편으로 희미한 길이 있어 보여 올라가니 온통 화강석 바위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조심해서 바위를 오르고 또 오르니 

보물 제186호인 삼층석탑이 보인다.

용장사지 삼층석탑
용장사지 삼층석탑

석탑의 2층과 3층은 같은 높이임에도 올려다보면

높이가 달라 보이게 만든 균형미가 일품이다.

용장사지 삼층석탑
용장사지 삼층석탑 

유흥준 교수 설명에 의하면 용장사지 삼층석탑은 2개의 기단 위에 

올린 삼층석탑이라고 한다. 

얼핏 보면 기단이 하나뿐인 것처럼 보이지만 첫 번째 기단은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산 전체를 기단으로 삼고 있는 엄청난 크기의

석탑인 것이다. 마치 물밑에 숨겨진 빙산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용장계곡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하늘 끝에 닿아 있는 것처럼 보여 더욱

신비롭다. 이곳 삼층석탑까지 오르는데 약 한 시간 걸렸다. 

석탑 뒤편 암석 길을 올라 가면 금오산 정상(468m)에 도달한다.

사진을 찍다 보니 쓰고 온 모자가 없다.

용장골 돌확 부근에서 잠시 머물 때 벗어 두고 온 것 같다.

이영재를 지나 칠불암으로 가야 하나 모자 찾으러 되돌아 다시 설잠교까지

가파른 길을 내려갔다가 고위산 방향으로 다시 올라와야 하는 고생을 했다.

용장사지 암석과 소나무

용장사지 삼층석탑으로 다시 내려오면서 화강암과 잘 어울리는 소나무들을

감상하며 잠시 허리 통증을 가라 앉혀 본다.

돌부리 등에 조금만 발이 걸려도 허리로 전해지는 통증은 지독했다.

오래전 '후종인대골화증'이란 진단을 받고 수술하자는 병원의 권유를 무시하고

여태껏 지내고 있다. 

산중호수

설잠교를 건너 고위산으로 오르다 보면 만나게 되는 작은 산중 호수이다. 

산중 호수를 지나 조금 오르면 백운재이다. 

고위봉과 반대 방향인 칠불암으로 향한다.

칠불암 가는 길
칠불암 계곡

칠불암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매우 급한 화강암 지대이다.

칠불암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 올 생각을 하니 잠시 망설여진다.

칠불암 입구

칠불암에 도착하니 오후 1시가 되었다. 

칠불암 마애불상
칠불암 마애불상
칠불암 마애불상

칠불암 마애불상은 7구의 불상이 새겨져 있다.

동쪽을 향한 넓은 바위에는 삼존상이 새겨져 있고,

삼존상 바로 앞 네모난 돌에는 각 면마다 불좌상이 새겨져 있다.

이곳에 원래 있던 사찰의 이름은 알 수 없으나, 7구의 불상이

새겨져 있어 칠불암이라 부른다고 한다.

석불의 제작시기는 석굴암 본존불보다 앞선다고 한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7구의 불상이 새겨진 바위 근처로 올라갈 수 없어 

네모난 돌 뒤편의 불상은 볼 수가 없으니 6구의 불상만 볼 수 있었다.

경주 남산에 있는 많은 부처상은 한결같이 온화하고 평온한 표정의

부처상이다. 신라인의 심성이 그대로 배여 있는 것일 게다.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마애보살반가상
신선암

칠불암에서 다시 되돌아 경사가 급한 화강암 지대를 올라가면

신선암으로 갈 수 있다. 절벽에 새겨진 마애보살반가상을 볼 수 있다.

손에 꽃가지를 들고 있어 미래불인 미륵보살로 보기도 한다.

신선암에서 내려다보는 풍광 또한 좋다. 

신선암에서 내려다 본 칠불암
용장사지 삼층석탑

하산 길에 멀리 보이는 용장사지 삼층석탑을 보니 하늘 끝에 닿아 있는

석탑의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용장마을 모과나무

산행을 마치고 용장마을로 내려오니 오후 2시 30분 경이다.

오늘 산행시간은 5시간 30분 걸렸다. 

올라갈 때는 무심코 지나쳐 못 봤던 노랗게 잘 익은 모과가 보인다. 

허리 통증에도 무사히 산행을 마친 좋은 하루였다.

728x90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안 가득 스카치 위스키 향이 좋다  (0) 2022.08.19
장미의 계절 5월, 포항 영일대에서  (0) 2022.05.20
가을여행 - 화원유원지, 신소양 체육공원  (0) 2021.10.30
5월의 여왕 장미  (0) 2021.05.20
갈등  (0) 2021.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