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25 (일) 여행 9일째
이스탄불 다음으로 큰 도시인 앙카라는 역사적으로는 BC 334년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정복된 적 있으며, BC 25년에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의해 로마제국으로
넘어갔으며, 1073년경에는 셀주크 투르크에게 함락되기도 했다.
이후 1360년에 오스만 제국의 영토로 편입되었다가 1923년 터키공화국의
탄생과 함께 이스탄불에서 앙카라로 수도가 옮겨졌다.
간혹 사람들이 튀르키예의 수도를 이스탄불로 착각하고 있다.
행정도시 성격으로 공무원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튀르키예의 아버지이며
초대 대통령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앙카라는 수세기 동안 앙고라 염소, 앙고라토끼의 털로 앙고라울을 만드는
섬유업이 발달했다고 한다. 녹색, 파란색, 호박색 눈을 가진 앙고라 고양이와
양쪽 눈의 색깔이 각기 다른 이색증 앙고라 고양이의 원산지이기도 하다.
앙카라는 앙고라에서 유래된 도시명이라고 한다.
앙카라는 구시가지인 울루스와 신시가지 예니셰히르로 나뉜다.
역사적 유적물과 시장은 구시가지인 울루스 지역에 있고 쇼핑몰, 관공서,
극장 등은 크즐라이를 중심으로 하는 신시가지에 밀집되어 있다.
오늘의 첫 방문지인 Aslanhane 모스크를 찾아 언덕을 올라가다 보니 앙카라 성채
입구에 있는 조그만 사원이다. 7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도로에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매캐한 공기 때문에 마스크를 쓴다.
한결 숨쉬기가 편안하고 목도 덜 따갑다.
앙카라 구도시 골목길도 이스탄불이나 사프란볼루와 마찬가지로
돌로 포장되어 있다.
겐츨릭공원으로 가다 보니 우리나라 구청 성격의 지방 자치체 건물이 있다.
언덕길을 조금 더 내려가니 어제 보았던 모스크 뒷길로 지나가게 된다.
내가 묵고 있는 숙소에서 반경 1.5Km 이내 볼거리들이 다 있기 때문에
결국 숙소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것이다.
앙카라는 울루스 지역에 숙소를 잡으면 당일 도보로 다 돌아볼 수 있다.
겐츨릭 공원으로 들어가는 문은 많지만 구글맵이 알려주는 문으로
들어갔다.
겐츨릭 공원은 인공으로 조성한 연못과 분수가 있는 공원이다. 공원 안에는
매점과 화장실도 있어 시민들의 휴식처로 인기가 있게 생겼다.
주변에 놀이동산, 실내 체육관, 앙카라 공군 박물관, 한국공원 등도 있다.
인터넷 여행 글들을 보면 한결같이 겐츨릭 공원 내 한국공원이 있다고
되어 있어 공원을 한 바퀴 다 돌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공원을 나와 실내 농구 체육관 옆으로 돌아 시청 방향으로 조금 가야 있다.
실내체육관, 앙카라 공군 박물관, 한국공원은 붙어서 위치하고 있다.
앙카라 공군 박물관은 초라하다. 지나는 길에 있으니 잠깐 보고 가면 된다.
일부러 찾아갈 이유는 없다. 한국공원 울타리에 태극기와 튀르키예 국기
문양이 들어가 있다. 한국공원은 6.25 한국전에 참전해서 전사한 721명의
튀르키예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우리 정부가 조성한 조그만 공원이다.
상시 개방해도 될 텐데 일요일이라 문이 닫혔다.
튀르키예는 전 세계인 많이 찾는 관광대국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도로 안내판 등에 영문 표기가 되어 있지 않아 불편하다.
그래도 밑에 있는 표지판은 비행기 그림이라도 있으니 나은 편이다.
한국공원을 지나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아느트카비르(아타튀르크 추모관)로
향한다. 구글맵상 거리로 3Km가 넘는다. 오늘도 3만 보 걸어야 끝날 모양이다.
TCDD라는 앙카라 철도역을 관통해서 지나야 한다. 들어갈 때 X-Ray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고 안에 들어가서도 한 번 더 검색대를 지나야 했다.
앙카라에서 2015 년과 2016 년에 쿠르드 해방 독수리단(TAK)이 사주한 것으로
알려진 테러공격이 있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2016 년에도 2건의 폭탄 테러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지만, 특히 2015년
10월 10일 앙카라 중앙역 앞에서 발생한 테러에서 102명이 사망하고 500여 명이
다친 사건은 터키공화국 역사상 최악의 테러사건이었다.
그래서 튀르키예 전역에서 검문이 심하지만 앙카라는 관공서가 많은 수도이므로
검문이 조금 더 심하다고 보면 된다.
심지어 박물관에 들어가려고 해도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나 검문으로 인한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햇볕이 강렬해진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면서 입었던 바람막이
재킷을 벗어 가방에 넣고, 조금 더 걷다가 긴 팔 셔츠 소매도 걷어 올리고 단추도
몇 개 푼다. 목적지까지 40여분을 걸었으니 땀이 많이 흐른다.
그늘 밑 벤치에 앉아 쉬고 있으니 지나가던 승용차가 내 앞에 선다.
차 안에는 중학생 정도의 여자 아이와 가족들 5명이 타고 있다.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가족 중 한 사람이 묻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대뜸 어린 학생이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한국 잘 알아요"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고 활짝 웃는다.
아마도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동양인 혼자 있는 것을 보고 어린 학생이 확인해
보자고 졸랐던 모양이다.
아타튀르크 추모관은 튀르키예 초대 대통령인 무수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묻혀 있는 곳으로 튀르키에 국민들이 신성시하는 곳이다.
추모관 광장 출입구 및 추모관 입구에는 근위병이 서 있다.
맨 처음 봤을 때는 인조 모형 군인을 세워둔 줄 알았다. 관광객이 옆에 서서
함께 사진도 찍고 분잡스럽게 해도 꼼짝을 않고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확인차 나도 가까이 가서 살펴봐도 꼼짝을 안 한다.
그때까지는 모형인 줄 알고 돌아서려니 순간 군인의 흰 눈동자가 살짝 나를
향해 돌았다. "아이고 놀래라"라는 소리가 절로 터져 나온다.
군에 다녀온 남자들은 잘 안다. 근위병이 얼마나 힘든지..
전체 군인 중에서 늘씬하고 잘 생긴 병사를 근위병으로 뽑았으니 정말 멋지다.
본인에게는 영광스러운 보직일 수 있으나 부동자세로 몇 시간씩 서 있는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힘든지..그리고 절도 있는 행동과 군기가 들도록 혹독한
훈련도 받았을 것이다.
근위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억세게 재수가 좋든지 아니면 억세게
재수가 없어야 할 수 있는 보직이다.
운이 좋아서 육.해.공군에서 차출된 병사들로 구성된 근위병 교대식을
볼 수 있었다.
숙소로 오다 보니 도중에 그림. 조각 박물관이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들어갔다. 마스크를 쓴 나를 보고 박물관 입구 표 파는 여직원이
말이 많아진다. 35리라에 표를 사서 들어가면서 생각해 보니 아무도
쓰지 않는 마스크를 혼자 쓰고 있었으니 감염자인지 확인하는 질문이
아니었나 싶다. 괜히 다른 관람객도 불편할까 싶어 마스크를 벗어
가방에 넣었다. 마스크를 벗으니 실내인데도 매캐한 냄새로 목이
다시 아프다.
숙소 근처 모스크 뒤편에는 벼룩시장이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쓰레기통에
버렸을 잡다한 물건들을 팔고 있다.
숙소에 도착해서 노트북을 들고 1층 로비로 내려와 다음 행선지에 대한
숙소 및 버스 편 등을 확인한다. 오늘 저녁에는 방에 있는 한 마리의 모기한테
물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앙카라는 더 머물고 싶지 않다.
빨리 공기 좋고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다. 카파도키아로...
앙카라에서 앙고라 고양이를 보지 못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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