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24 (토) 8일째
사플란볼루 숙소에서 버스 예약 앱인 Obilet로 앙카라 가는 버스를 검색해 보니
오전 9시까지는 이미 매진이 되었고, 10시 출발하는 버스도 맨 뒷좌석 4개밖에
남지 않았다. 서둘러 예약을 하고 결재를 하려니 비자 및 마스타 카드 둘 다
결재가 되지 않는다. 튀르키예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한다.
더구나 예약할 때 튀르키예 현지 전화번호를 입력해야만 하는데 한국에서
사 온 유심으로는 전화할 수 있는 기능이 없어 현지 전화번호가 없다고
나온다. 현지 전화번호가 없으면 예약 자체도 안 되는 것 같다.
급한 마음에 숙소에서 주는 아침을 서둘러 먹고 사플란볼루 버스터미널까지
종종걸음을 하였다. 다행히 10시 출발하는 버스의 마지막 좌석이 남아 있어
앙카라로 무사히 갈 수 있었다. 사프란볼루에서 앙카라까지는 3시간이 소요된다.
앙카라로 가는 도로는 막힘이 없이 시원하였고, 아나톨리아 중부 고원지대는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나도 모르게 계속 졸게 된다.
어제저녁, 숙소 주인 친구에게 잘못 잡혀 차가운 밤기운을 맞으며 늦게까지 마신
맥주 때문에 몸에 이상이 생겼다. 목이 따갑고 칼칼한 증세가 감기에 걸렸거나,
튀르키예 와서 코로나에 감염되었거나, 이스탄불의 오염된 공기를 워낙 많이
마셔서 그 후유증이거나, 아니면 복합적 요인인 것 같다.
앙카라 터미널에 도착하여 교통카드인 앙카라 카트를 사기 위해 METRO
역으로 갔다. 교통카드 구입기에 50 터키 리라를 넣으니 카드값 18리라를
제외한 38리라가 충전된 카드가 나온다.
버스터미널을 빠져나오니 햇빛이 너무 강해서 눈을 뜨기 힘들 정도이다.
구글맵을 작동시켜 보니 193/195번 버스를 타고 여섯 정류장 가면 된다고
알려준다. 193/195번 버스 정류장까지 10여분 걸어가서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 메트로를 타고 울루스 지역으로 가는 것이 가장
편한 방법인 것 같은데, 구글맵이 알려 준 버스를 타고 고생해 가며 울루스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구글맵이 알려 준 여섯 정거장보다 훨씬 많이 가야 했다.
구도시인 우루스 지역으로 오니 교통이 많이 혼잡하고 인파가 얼마나 많은지
피난민 수용소 같은 분위기이다. 당연히 공기도 나쁘고 길을 걸으면 주변에서
피우는 담배연기가 코를 찌른다. 목이 더 따가워진다. 챙겨 온 약을 세 번 먹었지만
나을 기미가 없다.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숙소에서 멀지 않은 아타튀르크 동상이
있는 곳에서부터 주변을 돌아본다. 아타튀르크는 튀르키예의 초대 대통령이며
튀르키예를 독립시킨 사람이다.
아타튀르크 동상 맞은편 도로 건너 공화국 박물관 및 독립전쟁 박물관이 보인다.
규모도 적고 튀르키예 독립 전쟁사에 대해 딱히 많이 알고 싶지 않아 아나톨리아
문명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긴다. 가는 도중 규모가 작은 대학교도 있다.
언덕길을 올라가니 Haci Bayram 모스크와 아우구스투스 로마신전 유적지를
볼 수 있었다. 어느 곳이든지 모스크 주변은 항상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는 것 같다.
언덕 높은 곳에 위치한 모스크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곳이 많이 있었다.
때마침 기도 시간이 되어서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 보니 많은 무슬림들이 기도 의식을
행하고 있었다.
맞은편 언덕에 성채 흔적이 보인다. 앙카라 성채를 보려면 또다시 다리 근육의
도움을 받아야 할 판이다.
앙카라 성채 쪽으로 가는 골목길에는 많은 상점들이 있으나 손님은 없고 한가해 보인다.
대신 차 마시는 장면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튀르키예인은 정말 차를 좋아한다.
성채를 향해 오르다 보니 아나톨리아 문명박문관이 있다.
고대 히타이트의 유물들과 그리스. 로마 이전의 고대 아나톨리아 문명의
유물들이 그득한 박물관이다. 이곳에 전시한 유물들은 대부분 앙카라 동쪽의
하투샤(히타이트의 수도)에서 발견한 유적지에서 국보급 부조들을 뜯어온
것들이라고 한다. 볼거리가 많아 입장료 75리라가 아깝지 않았다.
아나톨리아 문명박물관에서 조금 더 언덕길을 올라가면 성채에 도달한다.
성채 출입문에서 튀르키예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몇몇 관광객은 동영상을 찍고 있으나 수입은 영 신통찮아 보인다.
앙카라 성채에 오르면 구시가지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으나, 성채 자체는
별로 볼거리가 없다. 남아 있는 성채의 규모가 작아서인지 입장료는 없었다.
젊은 사람들이 성벽 끝에 앉아서 인증샷 찍는 곳 같은 분위기이다.
구글맵 도보 안내를 받고 나는 성채 반대쪽 성문으로 올라왔다.
아래 사진은 자동차로 쉽게 올라올 수 있는 성문 쪽이다.
성채까지 둘러보고 나니 오후 6시가 조금 넘는다. 휴대폰 배터리 용량이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다. 숙소까지 길안내를 받아야 하니 최우선으로
숙소로 향해 발길을 재촉한다. 숙소 근처까지 왔으나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보이질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현지인이 식사 중인 조그만 식당으로 들어가
양고기가 들어간 국물음식을 시켜 먹고, 길거리 국민 간식 구운 옥수수를
하나 더 먹었다. 구운 옥수수는 먹을수록 매력적인 맛이다.
미나레가 4개 있는 사원이 있어 사진 한 장 찍고 숙소로 들어왔다. 미나레 수를
보면 사원의 권위를 알 수 있다. 엄청난 차량과 인파로 붐비던 길이 저녁 시간이
되자 거짓말처럼 한산해졌다.
숙소 wifi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 자꾸 접속이 끊어진다.
매일 자료 정리를 하지 않으면 불량한 기억력 때문에 뒷감당이 안 되니
어쩔 수 없이 와이파이가 잘 되는 1층 홀로 내려가서 어느 정도 자료 정리를
해 놓고 자야 한다. 마무리는 내일 하더라도...
목이 따가워 마스크를 쓰고 홀에서 노트북을 만지작거리는 나의 모습이 직원들이
보기에 이상하게 여겨졌나 보다. 이곳에서는 마스크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결국 감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이다. 맑은 콧물이 주르륵 흐른다.
앙카라도 일교차가 심하다. 저녁이 되니 제법 쌀쌀하다. 한 시간 정도 노트북 작업을
하고 있으니 갑자기 건물 전체가 깜깜해진다. 정전이 된 것이다.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서인지 다른 문제가 있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정까지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다음날 새벽 4시, 잠이 깨어 일어나 보니 방에 불이 켜져 있다.
일어난 김에 노트북 작업을 마무리하려고 하나 계속 버벅거린다.
노트북을 들고 다시 1층 홀로 내려가서 대충 마무리하고 오늘 할 일을 챙겨본다.
그러나 저러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되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쓰면
좋겠지만, 나 혼자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동물원 원숭이 꼴은 되기는 싫고...
콧물이 계속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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