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31 (목)
통영항에서 비진도로 들어가는 6시 50분 첫 배를 타기 위해서 야영지인
명사해수욕장에서 5시에 출발을 해야 했다. 6시경에 통영항에 도착해서
여객터미널 맞은편 재래시장에서 시락국으로 아침을 하고 승선권을 구입한 후
배에 올랐다. 비진 내항까지 왕복 16,800원이며, 주차비는 종일 5,000원이다.
통영항에서는 남해안에 있는 웬만한 섬은 다 갈 수 있는 것 같았다.
(통영항에서 비진도 가는 중)
비진도에는 항구가 2개 있다. 먼저 외항을 거쳐 최종 내항으로 들어간다.
금일 트레킹은 외항 마을에서 출발해서 내항 마을까지 종주할 것이므로
비진 외항에서 하선하였다. 평일인지라 승객은 나를 포함해서 4명뿐이다.
비진도에는 유일하게 외항마을에 조그만 가게가 하나 있지만 먹거리를
준비해서 가야 한다. 비진도는 두 개의 섬이 사구로 연결되어 있는 독특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외항마을에서 내항마을 가는 풍경)
외항에서 언덕길을 넘으면 내항마을과 내항 선착장이 있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바다 물길이 열려야 연결되지만, 비진도는 모래톱이
잘 형성되어 있어 기상만 좋으면 상시 두 섬을 다닐 수 있다.
차 한 대 지나갈 수 있도록 포장된 도로까지 바닷물이 튀어 오르고 있었다.
(내항마을에서 선유봉까지 풍경)
오늘 기상정보에 의하면 비가 온다고 하며 바람도 세다고 한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으나 해상 상태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선유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에 전설을 담은 흔들바위가 있다.
내용인즉, 하늘로 올라간 선녀가 어머니의 식사가 걱정이 되어
땅으로 내려보낸 것이 밥공기 모양의 비진도 흔들바위라고 설명되어 있다.
'흔들어 보세요! 흔들리는 게 보이시나요?'라는 문구를 보면 한 번씩
흔들어 보게 만든다. 아무리 보아도 밥공기 모양도 아니고 힘껏 밀어도
꿈쩍 않은 바위일 뿐이다. 정상을 오르다 힘이 들 때쯤 특이한 바위앞에서
잠시 쉬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붉은 찔레꽃을 보신 적 있나요? 어릴 적 내 고향집 앞에는 봄이 되면
붉은 찔레꽃이 많이 피었다. 그 이후로 붉은 찔레꽃을 볼 수 없었다.
온통 흰색 찔레꽃뿐이다. 비진도에서 분홍색이 아닌 흰색 진달래를 보았다.
붉은 찔레꽃과 흰색 진달래꽃은 생물학적으로 열성일까? 갈수록 퇴화되어
보기 어렵다.
선유봉 정상까지 오르는 등산로 따라 수목 명찰이 잘 붙어 있다.
사스레나무, 구실잣밤나무, 너도밤나무, 자귀나무, 비목, 소사나무,
보리장나무, 광나무, 붓순나무 등..
새순이 올라오고 있는 나무들을 찬찬히 바라보지만 이 나무가 저 나무 같고
저 나무가 이 나무 같다. 이 섬에도 멧돼지와 독사를 조심하라는 경고 표지판이
있다. 멧돼지의 흔적은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열심히 나무를 쪼아대는 딱따구리와
고양이 울음소리를 닮았다는 괭이갈매기만이 조용한 산길을 걷는 여행자의
동반이 되어 준다.
선유봉 정상에서 돌로 만든 표지석은 없고 이정표만 세워져 있었다.
이정표를 따라 노루여 전망대 쪽으로 하산을 시작한지 얼마쯤, 인기척에
놀란 노루가 숲 속에서 뛰쳐나온다. 노루여 전망대 안내판을 보니
예전부터 선유봉 주변에는 노루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노루여 전망대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아래 사진의 갈치바위를 지나게 된다.
바위 모양이 갈치처럼 생겼다는 것이 아니고, 태풍이 불면 파도가 이 바위를
넘나들면서 소나무 가지에 갈치들을 걸쳐 놓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남해안에 몰아치는 태풍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갈치바위를 지나면 동백숲을 만나게 되고 조그만 비진암도 지나게 된다.
동백꽃은 세 번이나 핀다고 한다. 나무에서 피고, 꽃봉오리가 뚝뚝 떨어지며 피고,
땅 위에 떨어져서도 핀다는 아름다운 꽃이 동백꽃이다.
이제 곧 내항마을이다. 여기까지 걸어오는데 약 4시간 걸렸고 정오 무렵이다.
한솔해운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오늘 해상상태가 좋지 않아 내가 예약한
마지막 출항 17시 10분 선박은 운항하지 않으니 앞당겨 승선하라고 한다.
섬 여행은 해상 조건에 따라 선박 운행에 제한을 받으니 일찍 들어가고
일찍 나오는 것이 현명하다.
외항마을에 도착해 있으니 한솔해운으로부터 현재 나의 위치를
확인하는 전화가 다시 왔다.
표를 끊을 때 입출항 모두 비진 내항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외항마을 할머니 몇 분이 시금치를 열심히 손질하고 계신다.
이곳의 식수사정을 묻자, 2006년 남강댐으로부터 해저로 상수관로가
설치되어 수돗물을 풍족하게 사용한다고 하신다. 그저 놀랍다.
배 입항시간이 되자 육지로 팔려나갈 시금치와 땅두릅을 담은 박스가
많이 모인다. 4시간 30분 정도 걸린 기분 좋은 비진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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